한국 축구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인 콜롬비아를 무너뜨렸다. 콜롬비아는 경기 내내 거친 반칙과 비신사적인 행위로 경기에서도 지고 매너에서도 완패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홀슈타인킬)의 연속골을 앞세워 2-1로 이겼다.
또 한국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의 질긴 악연도 끊었다. 오랜 기간 이란 대표팀을 이끌던 케이로스 감독은 올해 2월 콜롬비아 사령탑을 맡았다. 한국은 케이로스 감독이 이란 지휘봉을 잡았던 8년간 1무 4패로 한 번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포르투갈 출신의 벤투 감독이 케이로스 감독과의 악연을 청산하고 첫 승을 거두는 데 앞장섰다.
FIFA 랭킹 38위인 한국은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손흥민과 황의조(감바 오사카) 투톱을 내세운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볼리비아전과 마찬가지로 황인범(밴쿠버)이 책임졌고, 좌우 날개에는 이청용(보훔)과 이재성(홀슈타인 킬)을 배치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정우영(알 사드)이 나섰고, 포백은 홍철(수원), 김민재(베이징 궈안), 김영권(감바 오사카), 김문환(부산)으로 구성했다. 골키퍼는 오랜 만에 조현우(대구)가 맡았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콜롬비아를 몰아붙였다. 한국의 적극적인 공세에 콜롬비아 수비진이 쩔쩔 맸다. 특히 ‘손흥민 주의보’가 떨어진 콜롬비아 수비수들도 손흥민의 활발한 움직임을 제어하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 6분 만에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공을 몰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크로스바를 살짝 넘겼다. 1분 뒤 손흥민이 다시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수비수를 따돌린 뒤 오른발 슈팅을 했으나 정확하게 걸리지 않았다.
선제골은 전반 15분 만에 터졌다. 손흥민은 황의조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침투한 뒤 각이 없는 상황에서도 오른발 슈팅으로 콜롬비아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두 손을 뻗어 막으려고 했으나 워낙 강력한 슈팅이었다.
손흥민은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이후 A매치에서 9경기 만에 골을 기록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A매치 첫 골이다. 지난 2017년 11월 열린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터뜨려 한국의 2-1 승리를 이끌었던 손흥민은 또 한 번 콜롬비아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했다.
선제골을 넣은 손흥민의 발은 쉬지 않았다. 손흥민은 전반 18분 페널지역 오른쪽에서 대각선으로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왼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다. 홍철이 곧바로 슛을 때렸으나 크로스바를 넘겨 추가골 기회를 놓쳤다.
이후 한국은 콜롬비아의 역습 상황에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조현우의 선방에 힘입어 실점 없이 전반을 마쳤다.
후반전은 콜롬비아의 공세가 매서웠다. 콜롬비아는 후반 시작과 함께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를 투입했다. 동점골은 4분 만에 나왔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루이스 디아스(주니오르)가 절묘하게 감아 찬 오른발 슈팅이 오른쪽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조현우도 반응하기 힘들었던 골이었다.
이후에도 콜롬비아는 위협적인 슈팅으로 한국 수비진을 흔들었다. 하지만 한국은 분위기 반전을 꾀하는 이재성의 추가골이 터졌다. 후반 13분 이재성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드리블 돌파 후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가 다이빙을 했으나 손을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재성은 결승골을 넣은 뒤 기립박수를 받으며 권창훈(디종)과 교체됐다. 이후 체력 소모가 컸던 이청용을 빼고 나상호(FC도쿄)를 교체 투입했다. 콜롬비아도 라다멜 팔카오(AS모나코)를 투입하며 반격했다.
패배 위기에 몰린 콜롬비아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 황의조를 빼고 권경원(톈진)을 투입하며 5백 수비진을 쌓았으나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조현우의 슈퍼세이브가 연거푸 나오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다. 후반 추가 시간 조현우의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막아낸 연속 선방에도 헤딩골을 허용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추가 실점 없이 승리를 지켰다.
콜롬비아는 경기에도 패하고 매너에서도 졌다. 특히 팔카오는 경기 내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펼쳐 야유를 받았다. 심지어 한국 벤치에서 응급처치를 위해 놓아둔 구급약품상자를 집어던져 옐로카드를 받는 등 최악의 비매너로 빈축을 샀다.
이번 평가전을 앞두고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기대주’ 이강인(발렌시아)과 백승호(지로나)는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데뷔전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한편 이날 경기장에는 6만4388명의 만원 관중이 입장해 한국의 12번째 선수로 뛰었다. 지난해 9월 7일 코스타리카전 이후 6경기 연속 A매치 매진이자 서울월드컵경기장 역대 9번째 만원 관중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