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중국 협상단이 4월 말 최종 타결을 목표로 다음주부터 중국 베이징과 미국 워싱턴DC를 오가며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이 관리들에 따르면 미국 측 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다음주 베이징에서 중국 측 상대인 류허 부총리와 만날 계획이다. 그 다음주에는 류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측 협상단이 워싱턴DC를 방문해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중 협상은 현재 막바지 단계로 이번에 더 진전을 이루면 다음달 말 타결을 지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전언이다. 양국은 미국의 대중 수출 확대,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금지, 중국의 자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삭감 등을 망라한 포괄적인 합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불충분하다고 생각되면 합의를 보류할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러나 소식통들은 그가 서둘러 협상을 마치라며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라이트하이저 대표에게 "언제쯤 합의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2주 또는 3주"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같은 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합의를 위한 마지막 몇 주에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협상은 지난 2월 말 합의가 임박한 것처럼 보였다. 당시 미국 측 협상단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월 말 미국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있을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룰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기대가 무너졌다. 중국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를 메우기 위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중국 측에서 미·중 정상회담 전에 합의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3월 미·중 정상회담은 끝내 무산됐다.
협상이 지연된 건 양국이 영어를 기반으로 대화를 진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관련 문건들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중국 측 협상 대표인 류 부총리의 권한이 제한적인 것도 협상 지연의 배경이 됐다. 사사건건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의 승인을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은 중국의 약속 이행을 어떻게 강제하느냐를 둘러싼 이견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의회 증언에서 분쟁해결을 위한 당국자간 협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국자간 협의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류 부총리가 직접 개입하는 식이다. 그래도 문제가 지속되면 미국이 중국에 관세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밝혔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이 약속을 어겼을 때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보복을 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받으려 하지만 중국은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현안은 지난해 취한 추가 관세를 철폐하는 문제다. 미국은 단계적 철폐를, 중국은 즉각 철폐를 주장한다. 미국은 연간 2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지난해 9월부터 부과한 10%의 추가 관세는 단계적으로 낮추되, 지난해 7월과 8월에 걸쳐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25%의 추가 관세는 유지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로 미국 기업들이 본 피해의 보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미국은 중국에 국경 간 데이터 이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라는 압력도 가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미국 기업이 중국에서 클라우드컴퓨팅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미국 협상단 일부는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요구를 수용한 뒤 중국 관리들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이 추가 관세 철폐를 보장하지 않아 중국이 제약 정보 보호 등 기존 약속을 물리는 등 태도가 강경해졌다는 것이다.
통신은 중국이 최근 '보잉 737 맥스' 추락 사고를 계기로 미·중 무역협상 일환으로 이 여객기를 구매하기로 한 약속을 철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