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뉴질랜드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한 총격테러가 발생해 수십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 브렌턴 태런트는 뉴질랜드 남섬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2곳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 하는 등 기이한 테러 행위를 벌였다.
브렌턴 태런트는 총격 사건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비디오 게임인 '포트나이트'(Fortnite)가 나를 킬러로 훈련시켰다"고 게시하고, "아동용 비디오 게임인 '스파이로 더 드래곤 3(Spyro the dragon)'이 민족주의를 가르쳤다"고 언급하는 등 가상현실과 실제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트나이트는 2017년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출시한 FPS(3인칭 슈팅 게임)이다. 플레이어들 간에 무기를 사용해 대전을 치르고 최종 생존자를 가리는 게임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피의자 김성수씨에 대한 게임 중독 성향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12월에는 선릉역에서 20대 여성이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서 만난 다른 여성에게 칼을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해 게임의 폭력성 문제가 재조명됐다.
게임 성지인 미국에서도 게임 중독이 빚어낸 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플로리다에서는 게임사 EA(일렉트로닉 아츠)가 개최하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 경기 ‘매든 19’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들을 총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3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했다. 게임 대회 탈락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일부 국가에서는 폭력성을 조장하는 게임을 전면 차단하고 나섰다.
인도에서는 배틀그라운드 플레이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라지코트시 경찰은 지난 12∼13일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했다는 이유로 10대 10명을 체포했다. 구자라트주의 암다바드시와 힘마트나가르시의 경찰도 지난 15일 휴대전화로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하던 대학생 등 8명을 체포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경찰당국은 "배틀그라운드가 어린 세대에게 폭력성을 조장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크래프톤(구 블루홀)이 개발하고, 국내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온라인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PUBG)'는 뉴질랜드 테러범이 이용한 게임 포트나이트와 방식이 유사해 표절시비가 벌어지기도 한 게임이다.
전 세계 1위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외자 판호(외국산 게임 판매허가)를 차단한 상태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게임의 폭력성 등을 이유로 게임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시사했다. 넷마블, 펄어비스, 위메이드, 웹젠 등 게임사들의 중국 진출이 막혀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도 게임 생태계 압박에 들어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는 5월에 개최되는 총회에서 '게임 장애 정식 질병 안건'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안건이 통과하면 국내 게임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할 전망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WHO에서 게임 장애를 질병화하는 것으로 확정하면 이를 바로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른바 '중독세' 부과 논의가 재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중독세란 게임 기업 매출 가운데 1%를 중독기금으로 징수하는 과세안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 2013년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등을 발의하고,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