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투자법은 개혁·개방 이듬해인 1979년 시행된 중외합자경영기업법, 1986년과 1988년에 나온 외자기업법과 중외합작경영기업법 등 이른바 중국의 외자 3법을 통일·대체하는 법이다. 지난해 전인대 헌법과 법률위원회는 새로운 외상투자법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 보고를 받자마자 상무위원회가 6개 분과조를 구성해 즉각 초안 심사에 돌입했고, 지난달 29~30일 베이징에서 열린 3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외상투자법 초안 심사가 진행됐다.
초안에는 외자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강제 기술이전을 금지하는 내용 뿐만 아니라 외국기업의 투자·사업 환경 개선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강요 금지, 외국인 기업의 내국민 대우, 외국인 독자 투자기업 허용 분야 확대 등을 규정하고 있어 그동안 미·중 무역갈등이 촉발된 원인 중 하나인 지적재산권 보호와 기술의 강제 이전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중국은 새로운 외상투자법이 미·중무역전쟁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내심 도움이 되길 기대했지만 사실상 이 법안 내용은 매우 모호하고,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에 외자기업의 해외로의 이탈이 가시화되자 중국 정부가 지난 3년간 묵혀놓았던 법안 초안을 지난해 말 다시 꺼내 3개월여만에 빠르게 의결했다며 업계 이해 당사자 간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 없이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는 게 우려스럽다는 것.
그러면서 "신규 법안은 중국 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공정한 대우를 약속하고 기술 강제 이전을 금지하는 등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 동등한 대우 뿐만 아니라 국가 보안, 특정 업종 규제 등과 관련한 문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향후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중 미국상공회의소는 외상투자법 35조 조항을 예로 들며 법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35조 조항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필요할 시 국가 보안과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를 검사할 수 있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사실 외상투자법에 대한 우려는 이번에 처음 제기된 것이 아니다. 지난 7일 티모시 스트래트포드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외상투자법에 좋은 말은 있지만 원래 초안보다 크게 줄었다"며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긍정적이지만 실제 어떻게 집행될지는 알 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 8일 초안 설명 및 심의에 이어 10일 온종일 토론을 거쳐 수정된 안이 12일 전체회의에서 다시 심의를 받고, 오는 15일 전인대 마지막 회의에서 외상투자법 초안 표결에 거쳐 확정된다. 확정되면 오는 2020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