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업재해 인정 기준은 크게 업무상 사고와 질병으로 구분하고 있다. 업무상 질병에 인정되는 원인으로 화학물질·분진·병원체 등이 꼽히는데, 여기서 미세먼지는 분진에 포함된다.
문제는 분진과 달리 미세먼지는 입자크기가 작은 데다 유해 작업에 따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기 정체, 중국발 미세먼지 등 자연재해인지 유해 작업환경에서 발생한 인위적 재해인지 사업주 책임 소재도 분명치 않다.
노동자가 미세먼지 환경에 언제부터 노출됐고, 인체에 해를 끼쳤는지 시기도 불분명한 데다 업무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졌는지 관련성도 입증하기가 까다롭다.
산재보상법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은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이 근로자에 해를 끼쳐 발생했을 때로 규정한다.
여기서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질병이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산재 인정 여부가 결정된다. 다만 미세먼지는 분진으로 분류된다. 해당 법에 미세먼지라는 용어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분진이란 분쇄·절삭 등 작업공정에서 고체물질이 파쇄돼 생긴 고체입자로, 크기가 통상 150㎛ 이하다. 반면 미세먼지(PM10)는 입자 크기가 10㎛ 이하, 초미세먼지는 2.5㎛ 이하로 보다 작다.
분진은 또 진폐증이나 결핵, 기타 호흡기 또는 기관지 등 원인이 명확해 산재처리가 가능하다. 분진작업 범위도 고용노동부가 명백히 진폐에 걸릴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장소에서의 작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분진, 날림먼지 등에 따른 산재 입증 시 사업장 내 마스크, 공기청정기, 국소배기장치 설치 여부 등으로 사업주 책임 소재도 분명하다.
이와 달리 미세먼지는 사업장 내 유해 작업환경인지 개인 질병인지 업무상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모호해 산재처리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만수 노무사는 “미세먼지는 작업수행 과정이나 환경 등에 의해 점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유해 작용이 가해진 시기가 분명하지 않다”며 “질병과 업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까다로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해 작업환경, 미세먼지 포함 공론화 시급
미세먼지를 포함, 유해한 작업환경이란 개념도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부터 근로자가 주 52시간 미만으로 일했다 하더라도 휴일·교대근무 등이 중복돼 뇌경색·심근경색 등 뇌심혈관계 질환이 생겼을 경우 산재로 인정받는다.
지난해 정부는 피로를 가중하는 업무에 △교대근무 △휴일근무 △해외 출장 그리고 △한랭·소음에 노출되는 유해 작업환경 근무 등을 포함, 노동자가 '과로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터놨다.
여기서 유해 작업환경 근무에는 제철소 등 온도차가 큰 작업장 내 노동자(한랭), 소방관 등 소음에 노출되는 노동자(청각 상실) 등이 해당된다.
분진도 유해 작업환경 근무에 포함되지만 석탄 캐는 광부들이 겪는 진폐증처럼 업무상 질병이 명확할 때만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경우 유해 작업환경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조차 모호한 실정이다. 2017년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도시철도 노동자들의 경우 매일 5시간 이상 미세먼지에 노출돼 천식, 폐질환, 폐암 등 직업성 호흡기 질환 산재 발생률이 전체 사업장의 18.6배, 시멘트 제조업보다도 1.6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때도 미세먼지가 유해 작업환경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철도 노동자들의 호홉기 질환이 언제부터 발생했는지 입증하지 못해 산재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미세먼지로 인한 업무상 질병을 입증하려면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상당기간이 걸리고, 원인도 단순히 미세먼지만으로 국한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미세먼지나 황사 '경보' 발령 시 마스크 지급을 사업주 의무사항으로 하는 규칙을 개정했지만 현재로서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노동자를 작업현장에 투입하지 않는 등 미세먼지 관련 사업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관계부처, 사업장들과 추가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