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대표는 또 미국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완료할 때까지 제재를 거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이 합의될 때까지 아무것도 합의될 수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미국 측에서 거론하는 일괄타결, 이른바 '빅딜(big deal)'은 북한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완전히 제거할 경우 미국이 이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걸 의미한다. 하노이 회담 결렬 뒤 미국 정부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빅딜'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등 WMD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의 경제발전을 돕는 '빅딜'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에는 “북한이 다시 생각을 해본 뒤 빅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의 일괄타결 지지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전으로 되돌아왔다. 앞서 2차 북·미정상회담 전 미국은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단계적 해법으로 선회하는 듯했다. 특히 비건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동시적·병행적 비핵화 전략에 무게를 싣는 듯 보였지만, 결국 일괄타결이 결론이라는 입장으로 되돌아왔다.
북한에 대한 정책방향이 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비건 특별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처음부터 북한의 'FFVD'가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과거 미국 정권들의 대북 협상 실패를 거론하면서 이들 때문에 한반도에서 핵무기 국가를 갖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건 대표는 북한과의 외교는 "여전히 많이 살아있다(diplomacy is very much alive)"고 강조했다. 북한과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핵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한 안드레아 톰슨 미국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차 북·미회담을 갖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12일 일제히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 제목의 기사를 통해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북미) 두 나라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에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단계적 동시행동'에 대한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전날 '옳은 주견과 배짱을 가지고 임하여야 한다' 제목의 글에서 미국에 제안한 '영변 폐기와 일부 제재 해제'안에 대해 "두 나라 사이의 신뢰조성과 단계적 해결원칙에 따라 가장 현실적이며 통 큰 보폭의 비핵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북한 역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우리민족끼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긴밀히 연계해 나가며 하노이 수뇌회담에서 논의된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 나가기로 하시었다"고 강조했다. 통일신보도 전날 2차 북·미회담을 높이 평가하며 양 정상이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시며 작별인사를 나누시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