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들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반무역 공세를 바라보는 시선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우려는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서 비롯됐다. 세계 양강(G2)의 무역 전면전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우리도 당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무역 공세는 한국은 물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묶여 있던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연합(EU), 일본 등 동맹국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해 4월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크롱이 당시 트럼프에게 대중 공동전선 구축을 제안했다고 소식통들의 말을 빌려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 제안을 일축했다는 점이다. 유럽 관리를 비롯한 소식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마크롱 대통령에게 EU가 미·중 무역협정에서 이익을 보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유럽 동맹국들과 거리를 두면서 협정 초안 세부내용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협정을 '내 거래(my deal)'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중 무역협정은 자신의 성과일 뿐, 동맹국과도 그 이익을 공유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안 그래도 트럼프 행정부는 NAFTA 같은 다자 무역협정보다 양자 무역협정을 선호해왔다. 1대 1 협상에서 최대한의 압력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들이 광범위한 다자 무역협정을 추구한 게 특히 중국에는 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지난 20년간 줄곧 늘었음을 보여주는 차트를 근거로 내밀었다.
WSJ는 미국 산업계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접근방식이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크레이그 앨런 미중기업협의회 회장은 "우리는 동맹국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며 "다른 산업 선진국들과 협력하는 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협력하지 않으면 어떤 합의도 지속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중국의 궁극적인 무역협정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TO는 다른 모든 최혜국에도 똑같이 낮은 관세 혜택을 주지 않는 한 특정 국가를 상대로 특별 관세 인하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정에 서로에게 유리한 관세혜택이 포함되면 다른 나라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유럽 관리는 "(미국과 중국의) 합의 내용이 어떤지 알게 되면 WTO 규정을 매우 신중하게 들여다 볼 것"이라며 미국의 일방적인 대중 무역협정 추진 움직임을 견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