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유통이 수년간 중소 납품업체에 부당 반품하고 허위매출을 일으켜 수수료를 수취하는 등 ‘갑질’을 일삼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유통은 서울, 경기, 전주 등 약 22곳에 농수산식품전문 매장인 농협하나로마트를 운영 중인 농협경제지주의 자회사다. 지난해 매출액이 1조3500억원에 달하는 거대 유통사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농협유통은 2014년 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18개 납품업자와 제주옥돔세트 등 냉동수산품 직매입거래를 하면서 총 4329건을 부당하게 반품했다. 거래 규모만 1억2065만원에 달한다.
농협유통은 무려 3년 넘게 납품업체의 상품을 공급받으면서도 반품사유, 반품가능 품목, 반품수량 등 별다른 반품조건을 약정하지도 않은 채 반품을 일삼았다. 특히 직매입거래의 경우, 상품 소유권이 농협유통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엄격한 예외 조건이 있어야만 반품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농협유통은 “상품에 하자가 있다거나, 명절 등 특정 기간에 집중적으로 판매되는 상품”이라는 자의적 이유를 들어 부당 반품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농협유통은 2010년 3월~2012년 9월까지 냉동수산품 납품업체 종업원 47명을 부당하게 파견 받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법은 종업원을 파견 받는 경우 사전에 서면으로 명확히 약정하도록 규정했지만, 의무 기재 사항 등을 빠뜨리는 등 허술한 계약서를 작성한 것.
허위매출을 일으켜 부당이익을 챙긴 사실도 적발됐다. 농협유통은 2010년 9월부터 2011년 2월까지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허위매출 3억2300만원 규모를 일으킨 뒤, 냉동수산품 납품업자로부터 해당 가액의 1%(총 32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이밖에도 2012년 10월~2015년 12월까지 6개 납품업체와 체결한 직매입 계약서를 보존하지 않아,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 유통업자는 계약이 끝난 날로부터 직매입 계약서를 5년 간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매출 목표량을 맞춘다며 허위로 일으킨 매출에 유통 수수료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와 달리 농협하나로마트는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이유로 대형마트 중 유일하게 ‘월 2회 의무휴업’ 규제의 예외 적용을 받는다”면서 “그럼에도 중소 납품업체를 상대로 갖은 갑질을 일삼은 것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협유통 측은 현재 22개 농협유통 관할 농협하나로마트 중 우리농산물 비중이 54%이상인 곳만 의무휴업에서 예외인데, 이런 매장은 4~6개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수현 농협유통 대표이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공정위 적발 사례를 거울 삼아 재발방지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협력사와 상생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공정위가 지적한 위반 사안의 재발 방지를 위해 판촉인력은 점차 도급에 맡기거나 자사 직원으로 대체해나겠다”면서 “또 반품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는 등 공익기업으로서 공정성 확보를 위한 개혁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