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이 처음 나선 필리핀여자프로골프 투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박성현은 닷새 만에 다시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나 마지막 날 진땀을 흘리며 가까스로 체면을 지켰다.
박성현은 8일 필리핀 마닐라 근교 라구나의 더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필리핀 투어 겸 대만여자프로골프 투어 더 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만 달러)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2오버파 74타를 쳤다. 이날 박성현은 2타를 잃고도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우승했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했다. 대회 총상금이 지난주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우승 상금(22만5000 달러)의 절반도 안 될 정도로 규모가 작은 대회다. 세계 최정상의 박성현이 이 대회에 출전한 건 최근 메인스폰서 계약을 맺은 필리핀 기업 솔레어 리조트 앤 카지노가 주최했기 때문이다. 박성현은 올해 필리핀 대회는 이번 출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LPGA 투어와 비교해 수준이 턱 없이 낮은 필리핀 대회에서 박성현이 우승을 못하면 오히려 민망할 수 있었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 이틀간 단독 선두를 달리며 대회 최종일 4타 차의 넉넉한 리드로 시작한 박성현은 가볍게 우승을 이룰 분위기였다.
그러나 박성현은 마지막 날 고전했다. 갑자기 샷이 흔들리면서 퍼트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두 차례 3퍼트를 하는 등 무려 36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버디는 단 1개에 그쳤다.
필리핀의 골프 천재로 불리는 ‘17세 아마추어’ 유카 사소에게 추격을 당했다. 15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사소는 박성현을 1타 차까지 바짝 쫓았다. 하지만 사소는 17번 홀(파4)에서 티샷이 물에 빠지는 실수 탓에 더블보기로 2타를 까먹어 역전 기회를 놓쳤다.
박성현은 다시 3타 차 리드를 잡은 마지막 2개 홀을 파로 막아내 가까스로 정상을 지켰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은 사소는 박성현에게 밀려 2타 차 준우승(5언더파 211타)에 그쳤으나 세계랭킹 1위를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경기를 펼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마터면 박성현이 어린 아마추어 선수에게 역전을 허용할 뻔한 아찔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