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료됐다기보다는 뭔가 해주고 있는 게 고맙다.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감사하다." (아티스트)
"베네수엘라에서는 트럼프를 변화의 촉진자로 간주하고 있다." (기업 간부)
반(反)정부 시위에 참석한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를 통해 반정부 시위대 곳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본따 만든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더러 눈에 띈다고 전했다.
현지 조사업체인 모어 컨설팅에 따르면 2월 초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52%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8월 조사 당시보다 10% 가까이 오른 것이다.
또 다른 현지 조사업체 콘술토레스 21이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호감도 48%로 인기있는 정치인 5위에 올랐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토막 수준으로, 6위에 머물렀다.
미국 정부는 수년간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를 단행해왔다. 베네수엘라의 주요 돈줄이었던 석유 산업까지 제재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신들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침 없는 행보가 그간 정치적 피로감을 느껴왔던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일종의 대리 만족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속적인 퇴진 요구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비난을 퍼붓는 몇 안 되는 행동파라는 것이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로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는 2014년 국제유가가 급락한 뒤 경제 위기를 맞았다. 지난 6년간 초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빈곤율은 약 90%로 치솟았다. 그런 가운데 경제 파탄의 책임자로 떠오른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 속에 재임에 성공하면서 정치적 긴장까지 높아졌다.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해온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국회의장에 취임한 지 20여일 만인 지난 1월 말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는 성명을 냈다.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고 나선 50여개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 마두로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추가 경제 제재도 가능하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강경 기조가 비단 베네수엘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윙 스테이트(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경합주)를 의식한, 일종의 선거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인 플로리다 주에는 쿠바와 베네수엘라에서 망명한 유권자가 다수 거주한다.
베네수엘라의 정치 분석가인 에우헤니오 마르티네스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자국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내 원수의 적은 내 친구다'라는 관점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