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가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가운데, 사회주의 체계의 상징으로 통했던 군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친정권 조직이었지만 경제 파탄의 책임자로 떠오른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경우 마두로 정권 퇴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의 2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군부의 협조를 호소하면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사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23일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규정, 야당과 함께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2013년 '빈민의 영웅'으로 꼽혔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집권한 마두로 대통령은 그동안 군 세력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다. 고위 군 당국자들은 마약 거래 등의 부패 활동 통해 부유한 삶을 보장받았다.
때문에 베네수엘라 군대가 차베스 전 대통령이 완성한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던 일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실제로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경제 파탄을 야기해 군 지도력을 약화시킨 현 사회주의 체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잉 인플레이션과 식량 부족 등으로 군대를 이탈하는 중간 계급 이하 군인들이 늘고 있는 데다 폭발물을 실은 드론 공격이 일어나는 등 일종의 반란이 일어나는 탓이다.
과이도 의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폭이 넓어지는 상황에서 군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 인생이 결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에서 12억달러(약 1조3452억원) 규모의 금괴를 인출하려다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보유한 80억 달러의 외화 보유고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로 알려졌다.
금괴 인출을 거절당한 데는 미국 정부가 영국 측에 마두로 정권의 해외 자산 확보를 차단하는 데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 데 대해 마두로 대통령이 단교 카드를 꺼내 들자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가 가능하다고 밝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