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점 코앞이라지만...미·중 무역협상 끝내기 어려운 이유는?

2019-03-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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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산 제품 관세 증액 보류했지만 향후 계획 불투명

지적재산권 등 논의 집중 탓에 '미국 농산물' 외면받는 처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공동성명을 발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 "앞으로 몇 주 안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케빈 해싯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중 무역협상이 조만간 '결승점'에 다다를 것이라는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미·중 정상회담의 대략적인 시간표도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달 27일쯤 미국 마러라고에서 만나 그간 논의된 협의 내용을 결론짓는다는 입장이다. 당초 지난 1일로 정해졌던 무역협상 시한이 한 차례 연장된 상황에서 양국 간 논의가 비교적 순조롭게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 소유로 그가 집권한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곳이다. 

기대감이 크지만, 미·중 무역협상이 완전히 타결되기까지는 아직 과제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측 협상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대표도 지난주 의회에 출석해 "중국이 약속을 지키도록 하는 데 있어 많은 작업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관세전쟁 휴전?...협의체 구성도 난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농산물과 화학제품, 자동차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나 무역 제한 조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을 제안했고, 미국 역시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상당 부분의 관세를 철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작년 7~8월 연간 5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지난해 12월 양국 정상의 휴전 합의로 두 차례나 관세 인상 계획을 미룬 상태다. 

다만 이 조치가 얼마나 갈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일부 또는 전체 관세를 해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백악관 내부에서도 미국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세를 일부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중국이 모든 약속을 이행할 경우 관세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양국이 다양한 수준에서 쟁점을 다룰 수 있도록 정기적인 협의가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협의기구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의 관세 보복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양국 간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측 협상팀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중국이 그 계획에 동의했는지, 앞으로 무엇이 바뀌게 될지 등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지식재산권에 밀려난 미국산 농산물

미·중 무역협상의 쟁점 중 하나는 '대두(콩)'로 대변되는 미국산 농산물이다. 농업은 제조업과 더불어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다. 그가 추가 협상 이후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을 즉시 구매하기로 한 점을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에 향후 6년간 1조2000억달러 어치의 미국산 농업·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제안을 한 상태다.

이런 제안이 현실화하면, 그간 대중 무역적자 해소를 요구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중국이 미국에서 농업·에너지·공업 분야 상품을 상당 규모 구매할 것이라면서 아예 소고기, 돼지고기 등 미국산 농산품에 대한 모든 관세를 즉시 없애라고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 중국 측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 측 협상단이 지식재산권과 기술 이전 등 또 다른 핵심 의제에 집중하면서 농산물 정책이 소외받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떠오른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출범 당시부터 중국 정부가 강제 조항을 통해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훔쳐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수사를 단행한 것도 연장선으로 보인다.

미국의 압박이 심해지자 중국은 지난 1월 1일부터 최고인민법원에 지식재산권 법원을 설립, 특허 소송 등을 전담하도록 했다. 외국인투자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강제 기술이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새로운 외국인투자법 초안을 마련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접점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입지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가 어떤 양상을 띨지 여부도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미·중 무역협상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미국 민주당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더욱 강경한 대중 기조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1박 2일 담판에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미국 내부에서는 대체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북 해법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이 아직 무역협상을 매듭짓지 못했고, 미국 하원에서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조사 등을 빌미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점치는 등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올라가는 추세지만 멕시코 장벽 건설 등 주요 공약의 실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중 관계에서나마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협상을 추진하기 위한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북한에서 한 일은 옳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위에 있는 만큼 중국에도 똑같은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중 무역협상은 일종의 '행정협정'으로,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력과 리더십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의회의 요구대로 중국 측에 너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완력 조절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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