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자 엘리트들의 자산을 몰수하고 한국·미국에 대한 자신의 외교정책에 반대하는 강경파들을 숙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부패근절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경제제재 해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탈북자들이 만든 싱크탱크인 북한전략센터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부터 이렇게 숙청한 이가 50~70명에 이른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호위사령부 간부들이 수만 달러를 부정축재한 혐의로 숙청됐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본격화한 숙청을 통해 기득권층이 축적한 외화 몰수 등을 통해 수백만 달러를 거둬들였다고 한다.
보고서는 북한이 부패척결을 강조하는 게 그간의 숙청과는 다른 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일 신년연설에서 부패와의 전쟁을 공개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당과 기관의 권력남용, 관료주의적 부패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WSJ는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측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부패를 어느 정도 용인해온 김 위원장의 생각이 이 바뀐 건 제재조치 탓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대북 제재 조치로 인한 자금난을 자산 몰수를 통해 다소나마 해소하고, 반부패 조치가 현실화된 점을 들어 미국에 경제 제재 해제를 요청하려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제재 해제 등 일종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으나 미국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2017년 3.5% 위축(성장률 -3.5%)됐다. 2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이다. 2017년은 북·미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아 한반도 전쟁설이 횡행하던 때다.
WSJ는 또 김 위원장의 이번 숙청 작업이 북한의 정치적 위기보다는 한국·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지속하는 동시에 위원장으로서의 권위를 확립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