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은 60여개의 행정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물론 부동산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작지 않다. 때문에 최근 자산가 및 다주택자들은 엄청난 세금 폭탄을 떠안기보다는, 개별 단독주택 및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는 4월 30일 이전 아내나 자식에게 증여를 마쳐 절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20일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거래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총 7000건 중 증여는 1511건으로 전월 대비 306건 증가했다. 이는 1월 기준으로 지난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수치에 해당한다.
특히 서울 아파트 거래 증여는 작년 11월 1115건을 기록한 이래 매달 증가하고 있는 데 반해, 같은 기간 매매는 작년 11월 3736건, 12월 2380건, 올해 1월 1889건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으로 범위를 확대해도 아파트 증여는 전월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 총 9만1868건 중 증여는 5841건이었으며 역시 작년 12월(5776가구) 대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매매는 3만1305건으로 전월(3만3584가구)보다 2000가구 이상 줄었다.
통계에서 확인되듯 사실 이 같은 증여 움직임은 이미 작년 말부터 뚜렷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겠다고 여러 번 강조해온 만큼, 공시가격 확정 전 발 빠르게 대처하려는 자산가들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종필 세무사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증여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꾸준히 진행돼왔던 부분"이라며 "특히 서울 아파트값이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니 '타인에게 팔기보다는 가족에게 증여하자'는 생각을 가진 분들도 상당히 많이 계시다. 주로 선택에 따라 절세 효과의 변동 폭이 크게 달라지는 3주택자들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올봄 아파트보다도 토지나 상가 등 상품군을 확보한 수요층의 증여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박재완 세무사는 "오는 4월에 공시가격이 발표돼봐야 알겠지만, 아파트는 어쨌든 시세라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토지나 상가에 비해서는 공시가격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세금 부담 액수도 어느 정도 미리 짐작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토지 등 상품군은 절대적인 가격 수준이 높은 데다, 오로지 가격 가치를 공시가로 판별해 세금의 증가 폭도 더욱 큰 경향이 있다. 특히 토지의 경우 개별 공시지가가 5월 말에 발표되니, 그 이전에 무조건 증여를 마무리 지으려는 자산가들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