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오는 27~28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260여일 만이다. 베트남 개최는 확정됐지만 세부적인 지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2차 회담을 불과 20일 앞둔 상황인 만큼 개최 도시를 두고 미국 측은 중부 다낭을, 북한 측은 수도 하노이를 점찍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어 최종 결정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픽' 다낭? 국제행사 유치 경험·보안 용이 강점
베트남에서 넷째로 큰 도시인 다낭은 대규모 국제 행사를 성공리에 치렀다는 점에서도 2차 북·미 회담 개최의 최적지로 꼽힌다. 다낭은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제2차 북·미 회담이 열릴 경우 양국 대표단과 각국 미디어 관계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는 면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다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완벽한 보안을 담보할 수 있는 경호 능력과 이동 편의성, 교통 등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안전도에 대한 신뢰도를 가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안 환경을 우선으로 꼽았던 제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닮은 부분이다.
개최국인 베트남 입장에서도 다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좋은 위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랫동안 중국과 앙숙 관계였던 베트남으로서는 제2차 북·미 회담을 개최하면 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베트남이 거대한 중국에 맞서려면 중국의 경쟁자인 미국과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멀리 떨어진 국가와 친분을 쌓고 이웃 국가를 공격한다는 중국의 전통적 교훈을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다낭은 상대적으로 고립돼 있어 경호 부문에서 유리해 회담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측의 입장"이라며 "특히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경제적 번영이라는 당근을 꺼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유명 휴양지로 거듭나고 있는 다낭은 미국 입장에서 또 다른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픽' 하노이? 북측에 심리적 안정감 줄 수 있어
또 다른 개최 후보지인 하노이는 베트남 수도이기도 하지만 정치·외교적으로 북·미 양측에 중립적인 위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1차 북·미 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와 마찬가지로, 베트남 하노이에도 북·미 양국 대사관이 설치돼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서는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북한과의 항공 이동 거리가 약 4000㎞ 수준이어서 외부 이동에 민감해하는 김 위원장 전용기의 항속거리 등을 고려할 때 최적이라는 것이다.
작년 3월 제1차 북·미 회담의 개최 예정지로 맨 처음 베트남이 거론되던 당시, 부민꾸옹 싱가포르 공공정책대학원 부교수도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상징적"이라며 "북·미 양측 모두에 가치있는 전략적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의 향후 베트남 국빈방문 가능성을 고려할 때도 하노이 개최가 북한 측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WP는 "김 위원장은 베트남을 국빈방문해 베트남 주석, 총리 등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까지 하노이에서 만난다면 새로운 경제 모델을 꿈꾸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본격적인 외교 무대 데뷔로 손색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2차 북·미 회담 장소가 베트남으로 압축된 가운데 외신들은 대체로 베트남 개최 자체가 북·미 양측에 적당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다만 일상적인 정상 간 회담이 아닌 비핵화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막판까지 양측의 기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당일치기로 끝났던 작년 1차 회담과 달리 1박 2일 합숙 담판이 진행되는 만큼 더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눈치싸움의 여지가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