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에서 화웨이 형사기소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화웨이를 기술절취와 금융사기, 이란제재 위반 등 23개 혐의로 기소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화웨이로 인한 안보 위협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법무부 기자회견에 참석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경제안보는 국가안보와 직결돼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은 경제안보와 국가안보 모두에 위협”임을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수 개월 동안 '화웨이 안보 공포'를 주도해왔다.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국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브리핑하면서 화웨이 보이콧(불매)를 촉발시켰다. 이날 발표된 화웨이 기소 역시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은 물론 동맹국들에도 화웨이의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게 로이터통신의 분석이다.
미국 의회는 현재 미국의 수출 통제나 제재를 위반한 중국 통신회사에 미국 부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도 검토 중이다. 사실상 화웨이와 ZTE를 겨냥한 것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 8월 화웨이와 ZTE가 미국에 통신장비를 팔지 못하도록 금지한 바 있다.
미국의 화웨이 기소와 관련된 한 변호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로스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는 것은 결국 화웨이에 미국 부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 조치는 화웨이를 초토화시키는 '핵옵션'이 될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활동에 깊게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를 통해 수집된 각종 정보가 중국 정부로 새나가거나 화웨이 장비가 중국 정부의 사이버 공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폴란드에서 화웨이 직원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것은 화웨이 안보 우려에 기름을 뿌렸다. 언론에 노출을 꺼려왔던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직접 나서서 중국 정부 스파이설에 선을 긋고 있으나 안보 공포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이미 미국, 호주, 뉴질랜드가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고, 영국, 프랑스, 독일에서도 5G 이동통신 네크워크에서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보이콧이 확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