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공산당 주요 간부들을 불러 모아 비상회의를 열고 정치·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 국가주석이 긴급회의를 소집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중국 경제 성장의 가파른 둔화세와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위기감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2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리커창(李克强), 리잔수(栗战书), 왕양(汪洋), 왕후닝(王沪宁), 자오러지(赵乐际), 한정(韩正) 등 중국 정계 핵심 인사와 각급 정부 주요 부문 책임자와 만나 중국의 주요 위험 요소를 지적하고 리스크 해소에 힘쓸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를 빠르게 해소하고 산적한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 같은 시기에는 정치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새해 벽두부터 공산당 간부들을 불러 ‘군기’를 잡는 것은 이날 발표된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연관이 깊다는 해석이다. 이날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성장률이 6.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톈안먼 사태 이듬해인 1990년 이래 최저치다.
시 주석은 이날 “현재 우리 경제는 전반적으로 좋은 상황”이라면서도 “경제 발전이 직면한 외부 환경과 국내 여건이 복잡해 개혁 추진 과정에서 일부 어려움과 도전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각 부서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위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무역·금융·투자안정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간부들에게 강한 투쟁정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지도자들은 용감하고 대담한 투쟁 정신으로 험난한 일을 끝내야 한다”며 “완강한 의지를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점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미국이 90일간 무역전쟁 휴전 기간을 갖고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오는 30일부터 31일까지 류허 부총리를 대표로 하는 중국 무역협상팀은 미국을 방문해 협상에 나선다.
이날 시 주석이 비상회의를 소집한 것은 올해가 중국 공산당에 특별한 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해는 중국 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창립한 70주년이자 톈안먼 사건 30주년이다.
그러나 연임 제한이 폐지된 상황에서 경제가 둔화되자 시 주석의 위기의식이 강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이날 회의를 두고 “비정상적인 타이밍”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