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韓·中·日·臺, 동북아 4개국 세모(歲暮) 스케치

2024-1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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臺 > 日> 中> 韓 경제 성적표, 한국인이 가장 암울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최근 수년 사이 경제우등생으로 등극한 대만의 연말 경기 역시 휘청거린다. 거리에는 사람이 몰려들고 활기가 넘쳐난다. 내국인은 물론이고 정국 혼란으로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한국을 비껴간 외국인들로 북적거리면서 때아닌 특수까지 챙기고 있다. 서울의 명동은 파리를 날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타이베이의 시먼딩 거리는 인산인해다. 특히 외국인 중에 한국인의 모습이 확연하게 눈에 많이 띈다. 경기 호황을 반영하듯 내수와 민간소비의 활력이 뚜렷하고, 기업의 설비투자가 활발하다.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이웃 한국·중국·일본과는 다르게 자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충만하다. 이는 대만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확인된다. 밝고 자신감이 묻어나오며 매사에 거침이 없다.
 
올해 대만의 경제 성장률은 한국의 약 2배 수준인 4%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도 3%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수출 성장세가 10%에 달하며,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대만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을 한다. 중국에 대한 고관세나 강력한 기술규제 조치가 실보다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 변화를 예의주시한다. TSMC가 한국 경쟁 기업을 확실하게 따돌리고 있고, 폭스콘의 컴퓨터 수출이 세 자릿수로 급증하는 등 간판 기업의 승승장구가 대만 경제의 선순환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 성장 전략에 밀려 한동안 대만 경제가 열등생으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최근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면서 이제 우위를 굳히려는 분위기다.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로 부상한 중국의 연말은 여전히 어둡다. 코로나 후유증과 시진핑 3기 체제의 불협화음이 계속 경제에 짐이 되고 있다. 격차 해소를 위해 내건 ‘공동부유(共同富裕)’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쌍순환(双循环)’ 기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대내외 악재가 오버랩하는 복합 위기 상황이 엄중하다.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생겨나고 있는 대외 환경의 변화로 중국 경제에 불안한 전운이 감돈다.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소비 위축 장기화·기업 경영난·고용과 소득 하락 압력 등 정책 운용에 현실적인 어려움과 도전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민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경기 침체로 중국 인민의 삶이 갈수록 더 힘들다. 기업의 대량 해고가 이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 청년들이 가장 고달프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이런 사태가 당분간은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짙다. 고도 경제성장의 후유증이 일시에 분출하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위험을 감지한 중국 정부는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면서 급격한 후퇴를 경계한다. 트럼프 1기 때의 노하우와 경험을 되살려 강온 전략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미국의 동맹국과 공동 전선 구축을 위해 화해의 손짓을 보낸다. 눈에 띄는 것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다. 수산물 수입 재개 검토와 더불어 정부 간 교섭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유럽·중동·중남미 등의 국가에 협력을 통해 완충지대를 넓힌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 침울하다는 전망 우세
 
일본은 그래도 희망적이다. 바닥은 찍었고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일말의 기대감이 생겨난다. 내국인의 소비는 살아나고 있지 않지만, 외국인 방문이 늘면서 그나마 최악은 아니다. 임금 인상률이 둔화하더라도 실질 임금 상승은 지속되면서 개인 소비는 회복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고무적인 점은 미・중 대립 지속으로 국내 생산거점이 강화되고 있고, 외국 기업의 일본 진출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에 빼앗긴 반도체 산업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과 ‘녹색 전환(GX, Green Transformation)’을 양대 축으로 첨단 제조 산업 재건에 총력을 경주한다. 바이든에 이어 트럼프 시대에서도 미국과의 전방위적 협력에 기대를 걸며 민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후진적 정치는 일본이 안고 있는 만성적 고민이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이시바(石破) 정권의 지지 기반이 취약해 정국 불안이 진행형이다. 이로 인해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밀월 관계가 만들어질지가 변수다.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 지속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하고, 미국의 강경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공동 전선 구축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측면이다. 다수 일본 전문가나 일본 국내 여론도 이에 상당한 지지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한국의 탄핵 정국과 야당의 집권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이참에 일본의 2~3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닛산의 통합으로 현대차를 제치고 졸지에 글로벌 3위 자동차 기업으로 부상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도체에 이어 자동차까지 일본 산업 지각 변동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이다.
 
한국은 어떤가? 중국·일본·대만에 비해 가장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런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 기약이 없어 보인다. 제조업이 얼어붙고 있고, 마지막 보루인 수출마저 하강세가 역력하다. 주변 3국의 협공에 수세에 몰리면서 주력산업인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의 미래가 암울하다. 잘 나가는 K뷰티·K푸드까지 고환율에다 고관세 위협으로 흔들린다. 정치 불안에 더해 경제는 아사 직전이다. 동북아 4국 중에 경제 열등생 딱지를 떼기 어려울 정도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전환의 시기에 나라 전체가 정치에 함몰되어 경제는 뒷전이다. 노동자에다 농민까지 들고일어나 정치적 굉음을 요란하게 울린다. 큰 위기에 정면으로 노출된 기업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한국은 괜찮을 것이라고 자위하는 무리도 있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우리가 처한 현실은 절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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