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넷플릭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 강자에 맞서 미디어 콘텐츠 전쟁을 벌이고 있다. 편리하고 빠른 유무선 서비스가 기본이 된 지금 '흥미'를 채우지 못하면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0일 CNN에 따르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1위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유료가입자는 139만명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0~12월 단 3개월 동안 무려 8만여명의 유료가입자를 추가 확보했다.
연매출 13조원 규모의 넷플릭스는 100%유료서비스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십만명의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넷플릭스 가입자가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K팝, K드라마, K무비 등 '한류'라는 강력한 베이스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이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상파와 케이블 등 TV서비스를 해지하고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을 시청하는 데 익숙한 일명 '코드 커터족(Cord Cutters)'이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이탈하면서 전통 미디어 산업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시대 변화에 맞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주요 통신사들은 5G기술을 기반으로 콘텐츠 중심의 IPTV(인터넷TV)와 OTT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손잡고 '한국판 넷플릭스' 개발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SK브로드밴드의 OTT '옥수수'(oksusu)와 지상파 3사의 공동 출자 콘텐츠연합플랫폼 '푹'(POOQ)을 통합해 신설 법인을 출범했다. 신설 법인은 한류 콘텐츠를 해외 시장에 수출하는 등 넷플릭스에 맞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토종OTT를 개발한다. 상반기 내로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플랫폼 개발에 이어 콘텐츠 제작에도 손을 뻗는다. SK텔레콤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에서 열린 CES2019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5G 기반의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콘텐츠를 선보였다. 향후 협업을 통해 신기술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사들이 모이는 신년회에 참석해 "글로벌 콘텐츠 시스템을 만들고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다. 5G가 되면 용량이 많이 늘어나서 미디어가 힘을 받을 것"이라고 OTT사업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 대표는 IPTV 확대를 위해 케이블 인수도 저울질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OTT 넷플릭스와 협력해 국내 안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TV화면을 통해 넷플릭스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외부로 이탈했던 고객이 재가입하는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과기정통부 신년회에서 SK텔레콤의 OTT통합을 높이 평가하며 CJENM 등 콘텐츠 사업자와의 제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외에도 LG유플러스는 케이블업계 3위 CJ헬로 인수를 추진중이다.
KT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아현국사 화재로 신사업 추진이 올스톱되며 대내외적으로 위기상황에 놓였다.
5G미디어 핵심인 OTT사업에서도 후진하고 있다. KT는 OTT플랫폼인 올레kt모바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입자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 KT의 올레tv모바일 앱 사용자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약 118만명으로 전년보다 2만명 줄었다. SK텔레콤의 옥수수와 LG유플러스의 비디오포털이 각 25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것과 대비된다.
케이블방송 딜라이브 인수도 화재사고 여파로 실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화재사고 책임을 물어 황창규 KT회장을 대상으로 한 국회 청문회도 추진중이어서 당분간 새 사업 전략을 구상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