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일본을 택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 경영진들의 신임을 재확인한 뒤 오는 23일 올해 첫 사장단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원톱 리더’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17일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16일 오전 일본으로 출국해 롯데홀딩스 경영진 등을 만날 예정이다. 신 회장의 이번 일본행은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의 화해 편지가 공개된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이목을 끌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신 회장이 일본 방문을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과 화해의 물꼬를 틀 지 여부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12일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 현장 방문에서 “가족이니까 그렇게 (화해를) 하긴 해야죠”라면서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도 신동주 부회장이 요구한 한-일 롯데 경영권 분리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이 이미 여러차례 주총에서 일본롯데홀딩스 주주들의 지지와 신임을 잃은 터라, 신 회장으로선 굳이 형에게 일본 경영을 맡길 필요가 없는 상태다.
신 회장은 “제가 지분을 70~100%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언제든지 주총에 돌아와서 본인 비전, 실적, 전략 말씀하시고 기존 이사진 등으로부터 신뢰받으면 좋지 않습니까”라고 말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신 전 부회장의 경영 복귀 문제는 본인이 스스로 표밭을 일궈야 된다는 뜻인 것. 그러면서도 신 회장은 이번 일본 방문에서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 등 일본 롯데그룹 경영진과 만나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그동안 명절 전에 의례적으로 일본을 방문해 왔고, 신 전 부회장과의 분리경영 논의와는 무관한 행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형의 경영 복귀를 차단하고 ‘원톱 리더’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새해 첫 행보로 일본을 다시 찾은 것이란 해석이 적지않다.
◆더욱 급한 불은 ‘호텔롯데 상장’
신 회장이 이번 일본행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은 호텔롯데 상장 논의로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23일, 집행유예로 풀려난 직후 몸을 추스린 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일본행에 올랐다. 일본 롯데 경영진의 지지를 얻고 경영권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 컸다.
무엇보다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이 경영 투명화와 순환출자 등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강조한 지주사 체제 구축과 ‘뉴롯데’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제다.
실제로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지배하고 있는 구조로 이들의 동의 없는 상장 진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번에도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과 금융계열사 매각 등을 일본 롯데 경영진에게 직접 설명하고 양해를 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오는 23일 인사 이후 첫 사장단 회의 주재
일본에서 귀국한 뒤에 신동빈 회장은 오는 23일 올해 첫 사장단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대규모 임원 인사 이후 첫 회의인 만큼, 새로운 진용을 꾸린 롯데 경영진이 본격적인 올해 사업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서 열릴 이번 사장단 회의의 명칭은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Value Creation Meeting)이다. VCM은 롯데가 지주 체제를 확립한 이후 선보인 뉴비전인 ‘Lifetime Value Creator’(라이프타임 밸류 크리에이터)에서 비롯한 것으로,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롯데의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매년 상하반기 2차례(1월, 7월)에 걸쳐 개최해왔다.
이번 사장단 회의에는 신 회장과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부회장) 비롯해 이원준 유통BU장, 김교현 화학BU장 등 4개 부문 BU장과 전 계열사 대표, 지주사 임원 등 총 70~8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신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주요 과제들이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로 삼고,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성공보다 빠른 실패(fast failure)’를 강조하며 급변하는 시장 요구에 맞는 발빠른 대응을 주문해왔다. 또 유통사업 부문 및 전 계열사에 신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커머스 사업 혁신 등을 강조했다.
롯데 사정에 밝은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이번 일본행은 신 전 부회장과 무관한 글로벌 경영의 일환”이라면서 “금융계열사 매각 등 지주 체제 완성과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의 현안을 일본 경영진과 논의하며 원톱 지위를 다진 뒤 23일 사장단 회의에서 본격적인 올해 경영비전을 공유할 것”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