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과 중견기업 등 기업인 128명은 15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전세버스를 나눠 타고 청와대로 출발했다.
청와대 행사는 오후 2시로 예정됐지만, 재계 총수 등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이는 '대형 이벤트'임을 보여주듯이 상의회관 1층에는 오전 11시께부터 취재진과 주요 그룹 관계자 등 수백명이 몰렸다.
노영민 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은 정의선·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행사 시각에 맞춰 입장한 뒤 모두발언을 시작하자, 기업인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 사회를 맡은 박용만 회장은 “오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상의를 탈의하고 진행하면 어떤지 건의드린다”고 제안했고, 문 대통령도 “상의를 탈의하고 진행토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던 참석 기업인들도 하나 둘 재킷을 벗고 웃으면서 편안한 와이셔츠 차림으로 자리에 앉았다.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제가 만나 뵌 그 어느 정상 보다도 경청을 잘해주시는 분이다"라며 "가끔 좀 불편한 이야기가 있으시더라도 경청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기업이 커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한 이날 행사는 사전 시나리오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업인들과 단체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이어 일부 참석자들과 영빈관 앞에서 본관 소나무길을 거쳐 소정원, 녹지원까지 함께 25분간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산책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회장, 구광모 LG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이 동행했다.
산책일정이 서울 시내 등 수도권의 미세먼지가 심각한 가운데 이뤄진 터라, 자연히 이야기 주제는 ‘미세먼지’로 옮겨갔다.
김수현 정책실장이 “삼성과 LG에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하자,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공기청정기 때문에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주십시오”라고 부탁했고,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하고 이 부회장에게 물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라고 답했다.
그러자 최태원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라고 우스개를 하자, 이재용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라며 농담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됩니다”라며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떻습니까”라고 질문했고, 이재용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입니다.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죠”라고 답했다.
서정진 회장은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원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원 정도밖에 못합니다”라며 “저희 삼성 등이 같이 하면 몇 백조원은 가져올 수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 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외국 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라며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합니다. 그리고 양심고백을 안 하죠(웃음)”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현정은 회장에게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고문을 받고 있죠.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녹지원에서 악수를 나눈 뒤, 집무실이 있는 여민관으로 들어가면서 현정은 회장에게 “속도를 내겠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에게는 추후 대한상의를 거쳐 대통령 손목시계가 기념품으로 지급될 예정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