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신드롬’이 불었던 지난해 호주오픈의 재현인가. 시작은 그때의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정현(세계랭킹 25위)이 2019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6250만 호주달러·약 503억원) 1회전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날 상대인 클란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위로 평가받은 정현은 먼저 1, 2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두 세트 연속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다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줘 심리적인 충격도 커 패색이 짙었다. 두 차례 타이브레이크에서 실수가 연달아 나온 것이 아쉬웠다.
허무하게 두 세트를 내준 정현은 3세트부터 반격에 나섰다. 1, 2세트보다 공격적으로 나선 정현은 게임스코어 3-1로 달아난 뒤 6-3으로 3세트를 가져와 추격에 나섰다. 올 시즌 두 차례 투어 대회에서 모두 0-2 패배를 당한 정현이 7세트 만에 따낸 공식 대회 첫 승이었다.
흐름을 잡은 정현은 4세트에서 클란이 등 통증을 호소하며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른 뒤 더 거세게 몰아쳤다. 4세트 역시 4-1로 리드를 잡은 정현은 그대로 클란을 공략해 6-2로 압승했다.
이날 경기는 이미 4세트까지 3시간 3분을 소요하는 혈투였다. 정현은 마지막 5세트에서 게임스코어 5-4로 앞서며 승기를 잡은 뒤 자신의 서브 게임을 따내 극적인 대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이날 경기는 무려 3시간 37분이 걸린 대접전이었다.
정현은 호주오픈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 신화’를 이뤄냈다.
당시 3회전에서 알렉산더 츠베레프(4위·독일)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꺾으며 파란을 예고했고, 4회전인 16강에서는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3-0으로 꺾어 대이변을 일으켰다. 꿈의 결승 무대를 눈앞에 둔 정현은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와 준결승에서 아쉽게 발바닥 물집 부상으로 인해 2세트 도중 기권했다. 하지만 부상에도 투혼을 펼쳐 관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세계를 놀라게 한 정현의 호주오픈 대이변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정현 신드롬’을 일으켰고, 테니스 열풍이 불기도 했다. 최근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정현이 1년 만에 다시 찾은 호주오픈에서 또 한 번의 드라마를 예고했다.
정현은 17일 피에르위그 에르베르(55위·프랑스)와 32강 진출을 놓고 맞붙는다. 정현과 에르베르는 지금까지 두 차례 만나 1승1패를 기록했다. 2015년 호주오픈 예선 1회전에서 정현이 2-0으로 이겼고, 같은 해 윔블던 본선 1회전에서 2-3으로 졌다. 하지만 예선 경기 성적은 공식 기록에 포함되지 않아 상대 전적에서는 정현이 에르베르에 1패 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