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오는 3월 29일을 기점으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한다.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찬반 국민투표에서 과반수를 넘는 찬성 의견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EU와 영국은 거듭된 논의를 통해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명확한 결론은 내지 못한 상태다. EU는 노딜 브렉시트(영국이 아무런 성과 없이 EU를 탈퇴하는 것) 등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영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7월까지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무비자 입국 방침은 그대로...환율 변동은 감안해야
영국과 EU는 그동안 각각 파운드화와 유로화를 사용했다. 따라서 브렉시트가 발효돼도 화폐 사용과 관련해서 혼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하는 화폐도 영국과 EU에서 각각 파운드화와 유로화를 사용하면 된다. 다만 일상적인 환율 변동 외에도 브렉시트 불확실성에 따른 변동 가능성은 감안해야 한다. 영국이 최초의 EU 이탈국인 만큼 정책 방향 등이 불투명한 탓이다.
다만 영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여행이 불편해질 수 있다. 통상 출입국사무소에서 EU 국민과 비(非)EU 국민으로 나누어 방문객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영국이 EU를 이탈하면 EU 국민으로서의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국 여권 소지자가 EU 국가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중국, 태국 등과 같이 입국 비자를 따로 신청해야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아일랜드 여권을 신청하는 영국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아일랜드 여권을 신청한 영국인은 2015년 4만6229명에서 2017년 8만752명으로 2배 가까이 급증했고 귀화하는 이들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3월 29일 이후 국가 간 이동 불편해질 수도
EU와 영국 간 브렉시트 협상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바로 '이동의 자유'다. 솅겐 조약 가입국으로서 국경에서의 검문 폐지·여권 검사 면제 등에 따라 국민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도 한다. 현재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은 같은 EU 회원국으로서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하지만 영국이 EU를 이탈할 경우 사람·물자 간 이동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EC)는 북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백스톱(영국이 합의하기 전까지는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지만 영국 내 반발이 적지 않다. 인디펜던트 등 영국 현지 언론이 되도록이면 브렉시트 발효 시점인 3월 29일 이전에 여행 계획을 세우라는 내용을 잇따라 보도한 이유다. 한국인 등 비EU 지역 국민들은 영국 여권 소지자보다 덜하겠지만 3월 29일을 기점으로 통행이 불편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급격한 통행 제한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영국과 아일랜드 간 공통여행지역(CTA) 규정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CTA 규정은 양국 간 통행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영국이 하드 브렉시트(완전한 EU 탈퇴)로 선회하지 않는 한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리스본 50조에 따라 EU와 영국 간 논의 유예 기간은 최소 2년인 만큼 통행에 제한이 생기더라도 극단적인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