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 재건이 즉효를 내려면 해외 선사(船社) 인수 등 복합 처방을 내려야 한다."
한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상선 육성'으로 수렴한 해운재건 정책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단편적인 정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룡 선사'들이 득실한 세계 해운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급속히 몸집을 키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확실한 대안으로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이 꼽힌다. 이미 선례를 통해 입증됐다.
실제 세계 해운사 1위인 머스크의 경우 1997년만 해도 선복량이 고작 23만TEU에 불과했으나, 수차례의 M&A를 거쳐 18배인 400만TEU까지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같은 이유에서 세계 3위 선사인 CMA CGM이 5위인 하파크로이트를 인수해 머스크에 대항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런 '대형화'는 글로벌 네트워크 및 원가 경쟁력을 높여 작은 선사들을 퇴출시키고, 상위 선사 간 카르텔(담합)을 강화해 안정적인 수익을 이끌어내는 데 최적이다.
반면 현대상선은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다. 현재 40만TEU로 머스크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2~3위인 MSC(320만TEU), CMA CGM(220만TEU)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정부가 수조원을 투입, 2021년까지 현대상선을 약 80만TEU 규모로 키운다지만 CMA CGM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제 막 태어난 새끼가 육식동물에 희생되듯, 이 속도와 방향대로라면 현대상선도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현대상선이 M&A에 나서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비용도 예상된다. 머스크만 해도 2018년 기준 시가총액이 30조원이 넘는다.
그렇다고 아예 실현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고개만 돌려보면 중국, 일본에 적합한 업체들이 있다.
문제는 국민 감정이다. 하지만 '국익이 먼저다'는 목적성을 추구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엔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