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회장님의 워라밸 점수는 몇 점이냐”고 묻는 한 SK 직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여느 대기업 총수들이 가질 법한 권위 의식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직원들과의 가감 없는 소통에 나선 것이다. 그는 “제가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까지 그렇게 일하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꼰대죠”라고 덧붙이며 현장 분위기를 유쾌하게 주도했다.
최 회장이 구성원과 사회 행복을 함께 키워 나가기 위한 본격 '소통 행보‘에 돌입했다. 앞서 올해 신년회에서 밝혔던 “임직원과 100회 이상 만나겠다”는 다짐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13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구성원들과 ‘행복토크’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SK이노베이션 등 서린사옥 내 구성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 “구성원 행복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
SK는 현재 구성원들의 ‘행복’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다. 행복을 기반으로 한,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사회적 가치가 원활하게 창출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리더들의 희생과 구성원들의 자발적 행복추구가 어우러져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이뤄져야 조직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맞춰 최 회장은 구성원들과 직접 만나 구체적 실천 과제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이날 자리를 마련했다.
최 회장은 “직장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조직, 제도, 사람을 바꾸고 새롭게 한다고 해서 긍정적 변화가 한 번에 생기지는 않는다”며 “이같은 상황에도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마한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 현장에서 생기는 불편과 애로 등 각자의 고충을 대화와 소통, 제 3의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이런 솔루션은 구성원 스스로도 함께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최 회장은 SK가 추구하는 행복과 외부 이해관계 간 공생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 “올해 구성원과 100번 소통할 것”
이날 행사는 근무시간이 아닌 점심시간에 열려 참여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들도 자리가 부족해 계단이나 바닥에 앉아 제공된 김밥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토론에 참여했다. 최 회장은 “여러분 업무에 방해되지 않도록 일부러 점심시간을 잡은 것이니 양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사전 각본없이 진행된 행사 성격대로, 최 회장과 구성원들 간 솔직하고 격의없는 토론 이 때로는 웃음 속에, 때로는 박수 속에 1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예컨대 남성 육아휴직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최 회장이 “육아와 일을 모두 챙길 수 있는 좋은 ‘상품’을 함께 고민해보자”고 답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행사 말미, 최 회장은 행사장 바닥에 앉아 있던 구성원들 옆에 같이 앉아 기념촬영을 했다.
최 회장은 “구성원과 올해 100회 소통하는 것이 제가 ‘행복만들기’를 실천하는 방법”이라며 “여러분들도 각자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달성함으로써 다 같이 ‘행복 트리(tree)’를 만들어 가자”며 행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