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에 트럼프 화답?…"결국 원점으로"

2019-01-0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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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또 보길" 한 목소리…NYT "北美 '비핵화' 다른 정의 '원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미국이 제재를 유지하면, 북한도 핵프로그램을 고수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반응에 담긴 함의를 이렇게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이 다 됐고,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지 반년이 더 지났지만 두 정상이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 자신들을 발견하게 됐다는 것이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전한 본질적인 메시지가 그렇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국이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해 일방적인 제재와 압박을 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NYT는 이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 북한이 핵 포기, 미사일 시험장 폐쇄, 핵물질 생산 중단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이 같은 요구는 북·미 정상회담 이전의 대치 국면에서 북한이 요구한 리스트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 한반도 내 미국 핵전력 철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는 평화조약 체결 등이 대표적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이 바라는 결론이 더 명확해지긴 했지만, 바뀐 게 많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싱가포르에서 미국이 정의한 비핵화를 수용하길 거부했다"며 "비핵화를 둘러싸고 맞선 2개의 비전이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비핵화가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면, 북한의 비핵화에는 미국이 핵무기로 자국을 위협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똑같이 물리는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의 대북 제재가 모두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화답했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된 지 23시간 만인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 공영방송 PBS의 보도를 인용해 "김정은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남들에게 제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언제라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가진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 모색' 발언을 거론하지 않은 데 주목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첫 정상회담 이후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에 돌파구가 열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강경파인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도하는 '최대 압박' 기조를 재확인한 게 아니겠냐는 풀이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대북 제재 해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될 때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최대 압박' 기조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보는 이들은 북한의 단계적 접근 제안이 유일한 해법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바라는 일괄타결이 아니라 양측이 동시에 주고 받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단계적 접근은 북한의 핵 야욕을 완전히 뿌리뽑는 게 아니라 제한하는 선에서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 NYT는 북한이 이미 20~60기의 핵무기를 가졌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증산을 억제할지, 기존 전략을 고수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요컨대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동시에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 이익을 취하고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미국을 안심시키길 바란다"며 미국과 북한의 상반된 목표는 궁극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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