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베트남 축구 역사 새로 쓴 '국민 영웅' 박항서 감독

2018-12-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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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총리 "축구 덕에 한·베 국민의 마음이 친밀해져"

박 감독, 베트남 축구팀 맡은 지 1년만에 국민 영웅 떠올라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연합/AP]


"베트남과 한국 국민들의 마음이 매우 친밀해졌다."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 21일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우호훈장을 수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에서 우승한 축구대표팀을 정부청사로 불러 격려하는 자리였다. 강한 책임감과 뛰어난 전략으로 베트남의 축구 역사를 새로 쓴 박 감독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였다. 
베트남 현지 신문사인 탄니엔 등에 따르면 아시아기자협회(AJA)는 박 감독을 '2018 아시아 인물'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유의 리더십으로 베트남 축구팀의 잇단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베트남 전 국민이 하나되어 축구에 열광하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한 것이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부터 베트남 U-23(23세 이하) 대표팀의 감독을 맡았다. 3개월만인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 8월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15일에는 2018 AFF 스즈키컵에서 말레이시아를 꺾고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베트남에서 축구 감독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에 '국민 영웅'으로 발돋움한 셈이다. 

지난 1959년 1월 경남 산청에서 태어난 박 감독은 19세인 1978년 제20회 아시아 청소년축구 대회 대표선수로 발탁되면서 축구 인생을 시작했다. 1981년 축구단에 입단한 뒤 1989년 은퇴할 때까지 제일은행, 럭키 금성(FC 서울의 전신)의 선수로 활약했다. 우수한 기량으로 K-리그 베스트 1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의 축구 인생이 늘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선수 생활을 접은 뒤에는 럭키금성과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코치, 1994년 월드컵 대표팀 트레이너, 2000년 국가대표팀 수석 코치 등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2002년에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FIFA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3개월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경남 FC와 상주 상무 등 여러 팀을 이끌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뒤 베트남으로 떠나 새로운 신화를 쓴 박항서 감독에 대한 베트남의 반응은 열광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수출입은행과 통신사 비나폰 등 주요 기업들이 박 감독과 대표팀에 억대 포상금을 주고 있다. 박 감독의 초상화가 1만 달러에 팔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삼성전자 TV와 동아제약 박카스, 신항은행 등 박 감독을 모델로 쓴 기업들의 판매율도 높아지고 있다.

축구에서 시작된 한·베 스포츠 교류는 골프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박 감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베트남으로의 원정 골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것이다. 베트남프로골프협회(VPGA)는 현지 부동산기업인 FLC의 후원으로 올해 마지막 대회인 'FLC 베트남 마스터스 2018(FLC Vietnam Masters 2018)을 개최해 한국인 등 골퍼들을 초대했다. 

동남아시아 국가 중 베트남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태국에서 골프산업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프로골프 대회의 개최를 통해 한국 골프 문화를 수용, 발전시키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골프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만큼 향후 5년간 90개의 골프장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VPGA의 전망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내년 1월 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개막하는 AFC 아시안컵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1956년과 1960년 대회에 연속 출전했지만 모두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007년 대회에서는 공동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자동 진출했지만 이라크에 패하면서 4강 진출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5일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북한 대표팀과의 AFC 평가전을 앞두고 현지에서는 판세를 분석하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등 '박항서 신화'가 계속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동남아에서 정상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높은 목표를 꿈꾸고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말로 투지를 나타냈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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