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글로벌 약세장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가 24일 글로벌 증시에 쏟아지고 있는 비관론을 이렇게 요약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4분기 들어 파란을 겪고 있지만, 새해에 시장 변동성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경고다.
문제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강력한 투매를 일으킨 악재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전반에 성장둔화 우려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이상 인상할 태세다. 미·중 무역전쟁도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마크 졸리 CCB인터내셔널 증권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더 낙관적이고 싶은데 긍정적인 게 별로 안 보인다"며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글로벌 증시 약세장이 아직 절반에 불과해 내년에 더한 게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용시장에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봤다. 연준이 내년에 최소 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만큼 기업들이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는 것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과 신용등급 강등이 잇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졸리는 신용시장의 취약성이 결국 증시에 연쇄충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디폴트 같은) 신용이벤트가 일어날 것이라는 게 내 핵심 시나리오"라며 "이는 기술주 같은 성장주에 의존하고 있는 증시에 더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주는 한동안 증시 랠리를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급락세를 이끌고 있다.
비시누 바라탄 미즈호 은행 경제·전략 책임자는 "연준의 통화긴축이 의미하는 게 투자할 돈이 줄어드는 걸 의미하는 만큼 투자자들이 낙관적일 이유가 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지금이 바닥시점인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수세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현재 시장을 '떨어지는 칼'로 여긴다고 덧붙였다.
바수 메논 OCBC 은행 자산운용 부문 부사장은 미·중 무역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문제삼았다. 미·중 정상이 지난 1일 90일간의 휴전과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지만, 휴전 시한이 지난 뒤 무역갈등이 완화되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CNBC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등을 이유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메논은 90일 휴전 시한과 맞물려 뭔가 더 분명해질 때까지 몇 개월간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은 매력적이지만, 시장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투자하려면) 위험선호성향이 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