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대 상업은행인 건설은행 톈궈리(田國立) 회장이 지난 23일 제20회 베이징대학교 광화경영대학원(MBA) 신년회 연설에서 중국 대륙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경고 목소리를 냈다고 홍콩 명보(明報) 등 현지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최근 중국 일부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됐다.
톈 회장은 중국 대륙 부동산 시장 앞날을 어둡게 점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평생을 금융업에 종사해 온 사람으로서 보건데, 지금 집을 사면 돈을 벌지 못 한다"며 지금 집을 사는 건 비싼 값을 주고 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에서는 주택을 임대를 줘서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미분양 주택이 워낙 많아서 주택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톈 회장은 과거 미국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겪을 당시 미국의 주택 공실율은 10%를 넘지 않았고, 일본 역시 공실율이 13% 정도라며, 중국의 주택 미분양율이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아마도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중국 시나재경대가 지난주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도시 지역의 미분양 주택 물량은 6500만호로, 2011년 4200만호에서 급증했다. 이에 따른 주택 미분양 비율도 2011년 18.4%에서 지난해 21.4%까지 치솟았다. 시나재경대는 특히 중국 소도시 지역의 미분양 주택 위기는 대도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톈 회장의 경고는 최근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도높은 규제를 계속해서 이어가야 하는지, 아니면 완화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다.
중국은 지난 2년간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강도높은 규제를 취해왔다. 중국 부동산연구소 중위안연구중심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중국 전국 각지에서 내놓은 부동산 규제책은 모두 43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5% 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2년간 이어졌던 '철벽'같은 중국 부동산 시장 규제에도 '틈'이 생긴 모습이다. 지난 18일 중국 산둥성 허쩌시가 주택거래 제한령을 전격 해제한 것. 중국 전국적으로 부동산 규제 고삐를 푼 도시가 등장한 것은 거의 2년 만으로, 다른 지방정부도 잇달아 부동산 규제 해제 대열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중국이 또 다시 부동산 경기를 살려 경제 성장을 떠받칠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지난 21일 폐막한 중국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장기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아니다라는 기존의 방침도 재확인했다. 다만 동시에 각 도시별 부동산 시장 상황에 걸맞는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