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했다.
특히 정책의 중점을 그동안의 '소득주도 성장'에서 '경제 활력 높이기'로 갈아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나서서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했다.
◆ 고용·수출·투자 등 경제 곳곳에서 '적색등'
민간 연구소는 더 보수적인 평가를 내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하향조정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최근 한국의 내년 전망치를 당초 2.9%에서 2.3%로 확 낮췄다.
위기 상황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통계청이 공개한 '2018년 11월 고용동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실업률은 3.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11월 기준 실업률은 금융위기 영향권에 있던 2009년 3.3%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 취업자는 작년 11월보다 16만5000명이 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32만5000명)이나 정부의 올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폭 전망치(18만명)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출에서도 빨간불이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의 부진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이 182억9000만달러(약 20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25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내외 경기 불안이 지속되며 투자도 줄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보면 올해 3분기 설비투자(GDP 잠정치)는 지난해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건설투자도 작년 동기 대비 8.9%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새해 재계 전반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조절하면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재계 맏형 삼성이 올해 들어서만 노조 와해 의혹과 삼바(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태 등으로 검찰의 칼날이 목끝에 겨눠지면서 방어적인 경영을 펼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은 실로 엄청나다. 실제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4.6%에 달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015년 1704억 달러(약 191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2242억 달러(약 252조1000억원)로 31.6%나 늘어남에 따라 GDP 대비 규모도 14.6%로 2.3%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 대표기업 대비 월등히 높은 수치다. 미국 재계 1위(매출액 기준) 기업 월마트의 경우 2.6%, 일본의 재계 1위 도요타자동차는 5.7%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발표한 '3년간 180조원 투자 계획' 역시 경영환경 악화로 제대로 집행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설비투자에 올해보다 20% 감소한 180억달러(약 20조1690억원)를 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자동차, 철강 등 전통적인 수출 산업이 어려운 상황인데다 삼성전자가 주도해온 반도체, 전자산업도 끊임없이 고점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투자가 감소하면 생산이 줄고, 자연스럽게 고용 시장도 위축된다"고 말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주력산업은 위기에 직면했지만 그렇다고 신산업이 나오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면 규제 개혁 등이 먼저 과감히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