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화폐의 역사와 지급결제시장

2018-12-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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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대영박물관 방문 기회가 있었다. 1753년 설립된 대영박물관은 인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역사, 미술, 문화 관련 유물을 8만여 점이나 전시해 놓고 있다.

소장 자료가 너무 방대해 관람객이 보다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도록 시기와 주제별로 별도 전시관을 만들어 소개하고 있다. 때마침 화폐의 역사를 다룬 전시관이 있어 지급결제의 변화 경로를 한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화폐 역사관의 첫 문구는 '화폐의 역사를 보는 것은 세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해준다'였다. 물물교환 시대 이후 기원전 2000년 경부터 발전해온 화폐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문명의 발전과정을 보여주고 있어 그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소장품으로는 기원전에 사용하던 옥, 청동, 조개껍데기 등 다양한 물품화폐와 발전된 형태의 동전, 지폐, 그리고 현재의 신용카드와 모바일 기기까지 전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삶의 변화와 함께 화폐의 형태와 역할도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기 화폐는 표준화되지 않은 물품화폐로 자체 가치만으로 교환의 매개수단이었다. 하지만 점차 국가 기관 및 민간에서 표준화되고 복제가 어려운 형태로 동전 및 지폐 등을 제작하면서 물품화폐는 사라졌다.

최근에는 물리적 화폐가 아닌 전자적 방식으로 존재하는 화폐가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증가로 인해 화폐의 기본 역할인 교환 매개수단으로서의 역할은 축소되고, 다양한 지급결제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결제매체 등이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 지급결제서비스 시장 변화 방향과 생존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기존 화폐의 생존방식과 동일하게 표준화와 보안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화폐가 널리 사용된 이유로는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식별방식의 사용과 위·변조를 방지하는 보안성이다.

지급결제서비스 업체도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표준화된 지급결제수단을 제공해야 하며 대면과 비대면 결제에 있어서도 보안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전자적 방법으로 이뤄지는 결제에 있어서 해당 결제매체가 어느 곳에서도 사용가능하도록 범용성을 높여야 된다.

현재의 지급결제서비스는 과거와 달리 민간의 경쟁을 통해서 발전되고 있다. 이전의 화폐는 국가기관이 발행 및 관리를 하면서 신뢰성이 확보되고 널리 통용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민간 사업자들의 경쟁으로 신(新) 결제매체가 등장하면서 보다 더 발전된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다양한 간편결제서비스가 출시되는 것을 보더라도 화폐의 역할이 민간에 의해 확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급결제서비스의 민간경쟁의 활성화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최근 지급결제서비스 시장에는 민간과 함께 정부 및 지자체가 주도하는 각종 페이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공의 지급결제서비스 참여가 시장의 경쟁도를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핀테크와 함께 등장한 민간 지급결제서비스 업체들의 참여유인을 낮추거나 편의성 및 보안성을 약화시키는 등의 문제점을 노출할 수도 있다. 또한, 범용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급결제시장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예상치 못한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급결제서비스가 시장의 참여자 모두를 고려한 것이 아닌 어느 한쪽의 비용절감 목적만을 위해서 출시될 경우 자칫 전체 지급결제서비스 비용은 줄이지 못하고 화폐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 지급결제서비스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공정한 경쟁 확대와 기본적인 화폐의 기능인 표준화를 통한 편의성과 보안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결국 지급결제서비스 역사가 우리의 삶의 발전 방향과 일치할 수밖에 없는 명제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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