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경제정책방향으로 ‘경제 활력’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기 경제팀이 출범 초기에 내놓은 기조가 그대로 담겼다는 평가다.
소득주도성장에서 벗어나 혁신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부분도 내년 경제정책에서 주목할 점이다.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3%대 성장을 고집하지 않고 2%대 후반을 전망한 것은 그만큼 내년 한국경제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 ‘뉴노멀 시대’ 수용한 정책인가
내년 경제방향의 큰 줄기를 보면 경제주체에 대한 실질적 지원 체계가 마련됐다는 부분이다. 경기하강 국면에도 정책효과를 내겠다는 고민이 엿보인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판단도 냉정해졌다. 단순하게 내년 경제정책만 제시한 것이 아니라 2022년까지의 중기 정책도 포함시켰다.
특히 취업자 증가 폭은 10만명에서 내년 15만명으로 높여 잡았다. 투자 활성화와 재정지출 확대 등 정책수단을 총동원, 고용 안정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다만 내년 취업자 증가 폭 15만명은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 올해도 취업자 증가폭을 32만명으로 예상했지만, 두 번이나 증가 폭을 수정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가 각종 경제 전망치를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은 본격적으로 ‘뉴노멀’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로 비쳐진다. 시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부진을 최대한 반영, 저성장 국면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혁신성장을 필두로 경제활력에 방점을 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경제활력 저하 △산업 구조개혁 지연 △기대보다 빠른 일부 정책 추진 △고령화 진전 등 네 가지를 경제 부진 원인으로 지목했다.
성장세가 약화하는 가운데 제조업 업황 불확실성, 심리 위축 등으로 고용창출력이 높은 투자가 부진했고 기업과 시장 활력이 저하됐다는 분석도 내놨다. 문 정부가 수립한 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녹아들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대목이다.
정부 정책이 부진한 사이, 주력 업종의 경쟁력은 크게 악화했다. 최근 10년간 10대 수출 주력품목 중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에서 수출 증가율이 전체 수출 증가율 평균보다 낮았다.
내년에는 안팎으로 상황이 더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 성장률이 올해 2.9%에서 내년 2.5%로, 중국은 6.6%에서 6.2%로, 일본은 1.1%에서 0.9%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대외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재정지출을 올해(428조8000억원)보다 9.5%(40조7000억원) 늘렸다. 그럼에도 투자부진이 계속되며 수출도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
특히 미국 금리인상이 590조원 규모 자영업 대출 등 가계부채와 맞물릴 경우,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적으로 급속히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 흐름을 타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4차 산업혁명 경쟁력 순위는 싱가포르 1위, 미국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19위로 경쟁력에서 차이가 크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작년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성장 능력 저하도 내년 경제변수 중 하나다.
◆‘공격’보다 ‘방어’를 선택한 정부···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2.6∼2.7%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전망과 같은 수치다. 최소한 내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나쁘지 않도록 방어하겠다는 의미다.
내년 경제방향 전면에 △투자를 중심으로 한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사회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등을 내세운 이유도 공격보다 방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은 올해보다 성장률이 더 낮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 정책의지를 실어 올해와 유사한 수준으로 제시했다”며 “내년은 올해와 같거나 조금 개선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범위는 지난 10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2.7%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민간경제연구소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2.5%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정부는 1년 전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과 취업자 전망을 각각 3.0%, 32만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불과 7개월 뒤 발표한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서 각각 2.9%, 18만명으로 전망을 낮췄고, 이번 발표에서 또다시 2.6∼2.7%, 10만명으로 추가 하향 조정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 전망은 상당히 낙관적인 시나리오로 보이며, 달성하기 어렵다면 낮춰잡아야 한다”며 “나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해도 이것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정부로서는 좋지 않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