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인생의 방'서 만난 나의 청년기"..'아카이브 만들기' 국립민속박물관

2018-12-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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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아카이브 자료 수집 10년 특별전 '아카이브 만들기' 개막

-2018년 12월5일~ 2019년 3월11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1


아카이브(archives)의 사전적인 의미는 디지털 파일로 만든 기록 보관소이다. 이에 따라 민속아카이브는 민속에 관한 기록을 디지털 파일로 만들고, 보관하는 보관소라고 말할 수 있다.

민속아카이브에서는 근현대 시기 우리 삶과 생활사를 기록한 사진, 영상, 음원 등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이를 후대에 이어지도록 보존하는 동시에 현시대의 사람들에게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카이브를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사람을 아키비스트(archivist)라고 하고, 국립민속박물관은 초대 아키비스트로 활동했던 송석하(宋錫夏)가 1947년에 만든 국립민족박물관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2007년 5월 8일, 국립박물관으로써는 처음으로 아카이브 사업을 시작한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 10여년 간 100만점 이상 자료를 수집했고, 10주년을 넘긴 시점에서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전시가 '아카이브 만들기' 특별전이다.

[김형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아카이브 만들기' 전시에서 '민요 카드 함'을 설명하고 있다.]


내년 3월 11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윤성용) 기획전시실1에서 열리는 '아카이브 만들기' 특별전은 그동안 수집한 자료 중 240여 점을 추려 민속아카이브의 시작과 운영 목적, 기능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크게 4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1부는 '수집광(蒐集狂)'으로 민속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아카이브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관해 소개한다.
2부 '수집가와 축적 자료'에서는 아카이브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수집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3부는 '자료 갈무리: 인생사의 풍경'으로 수집한 아카이브로 사람의 인생의 주기에 따라서 전시 속의 전시를 준비했다.
마지막 4부에서는 '라키비움(Larchivium)'을 만날 수 있다. 라키비움은 라이브러리(Library), 아카이브(Archives), 뮤지엄(Museum)의 합성어이다. 민속박물관은 아카이브를 오랫동안 만들어 왔기 때문에 파일로 된 아카이브와 고서, 유물을 연계해서 특색있는 라키비움을 꾸밀 수 있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사진 카드 보관함']


▶1부 수집광(蒐集狂)..국립민속박물관이 아카이브를 만들 수밖에 없던 이유

1부 수집광에서는 민속박물관이 다른 박물관보다 먼저 아카이브를 만들 수밖에 없던 이유를 석남 송석하(1904~1948)와 월산 임동권(1926~2012)의 수집광을 통해서 얘기한다.

한국 최초의 민속학자인 송석하는 조선민속학회를 만들고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신인 국립민족박물관을 열었다.
전시장에는 그가 수집하거나 사용했던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됐다.

김형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선민속'이라는 조선민속학회의 창간호를 보면 민요와 같은 무형의 것들을 민속학자들이 채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며 "그때는 테이프가 없던 시절이어서 손으로 적거나 사진을 찍어서 아카이브 자료를 만들어 놨다"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슬라이드 필름 상자']


전시장에는 송석하가 일제강점기 시절 사용했던 '사진 카드 보관함'과 코닥사에서 나온 '슬라이드 필름 상자'가 전시됐다.
당시에는 사진을 찍은 다음에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일정 형식의 분류를 적어 놓은 카드에 붙여 사진 카드 보관함에 보관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석남 송석하의 사진']


1947년 국립민족박물관 앞에서 찍은 기념사진도 흥미롭다. 사진에는 'National Museum of Anthropology'(인류학 박물관)라고 쓰인 건물 앞에서 두루마리를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석남 송석하의 모습이 담겼다.

김 학예사는 "위쪽에는 인류학 박물관이라고 쓰여 있다. 미 군정 시기에 한국에 있어서 민속학과 인류학은 유사한 학문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근무했던 1세대 민속학자인 월산 임동권(1926~2012)의 유품도 전시됐다.

현장에서 쓰던 필름 사진기, 비디오카메라, 녹음기 등 장비와 조사노트, 그리고 조사카드에 찍었던 함북, 함남, 평북, 평남, 황해, 경기, 강원이 새겨진 도장 등이다.
당시에는 컴퓨터가 없던 시기여서 손으로 필기하기 힘든 경우에 도장을 만들어서 조사카드에 찍었다.

월산 이 썼던 '민요 카드 함'도 흥미롭다. 30개의 조그만 서랍이 달린 함에는 민요를 노동요. 아동요 등 기능별로 분류한 카드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석남과 월산 선생님처럼 민속학은 초창기부터 아카이브 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 부분에서 설명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민속아카이브 개소식 방명록']


1부의 마지막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의 민속아카이브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나를 알 수 있는 전시물이 놓였다.

'민속기록보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민속아카이브의 설립 당위성과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하여 개최한 학술발표회회의 자료집과 2007년 5월 8일 민속아카이브 개소식에서 작성한 방명록이 전시됐다. 방명록에는 아르코예술정보관 이호신의 '민속아카이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수집한 자료 사진들]


▶2부 수집가(蒐集家)와 축적 자료..자료의 바다

2부 전시의 문에 들어서면 양쪽 벽면에 거의 5천 건의 사진이 모자이크 작품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 오른쪽 벽면의 사진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수집한 사진들이고, 왼쪽 벽면의 사진은 기증자한테 받은 사진들이다.

김 학예사는 "'자료 정말 많이 모았네!' 이런 느낌을 보여 드리고자 연출했다" 며 "모든 사진이 다 다른 사진들이지만, 비슷한 사진의 약간씩 다른 사진들도 있다. 사진의 기록적인 측면을 어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보통 스틸 사진은 동영상과 다르게 시간성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연속된 사진들도 섞어서 시간성을 부여한 것이다.

[모자 웃부분이 다 타버린 '김창호 모자']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수집한 사진들 중앙에는 모자 웃부분이 다 타버린 '김창호 모자'가 걸려 있다. 2009년 정월대보름 조사를 위해서 화왕산 억새태우기 현장에서 영상 촬영을 하던 중 큰 화상을 입은 김창호 학예사가 썼던 모자이다. 당시 이 사고로 6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했다.

"그때 저와 이 모자를 쓴 김창호 학예사가 같이 출장을 갔었다. 김창호 학예사는 1년 정도 휴직을 할 정도로 심한 화상을 입었다. 직원들이 열심히 현장에 가서 자료수집 활동을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 모자 옆에 설치된 LCD 화면에서는 김창호 학예사의 인터뷰가 상영되고 있었다.

왼쪽 벽면에 있는 기증자들의 사진 옆에는 박현숙, 도금수, 송민우 등 100여 명의 기증자 이름이 쓰여 있고 그들의 인터뷰 또한 LCD 화면으로 보인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간 순서대로, 주제별로 묶은 사진들]


▶3부 자료 갈무리: 인생사의 풍경..전시 속의 전시

3부는 크게 2개의 주제로 분류돼 있다. 하나는 '인생사의 풍경'이라는 주제로 삶의 주기에 따라 전시 속에 전시를 구성했고, 다른 하나는 인터렉티브(대화형) 설치 작품을 통해 자료 정리법에 관한 정보를 보여준다.

'인생사의 풍경'은 유년 시절, 청춘 시절, 중년 시절, 노년 시절 등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간 순서대로 분류해 놓고, 또 그 안에서 100일 잔치, 돌잔치, 입학식, 졸업식, 군복무, 회갑연, 장례식 등 소주제로 나눠 사진과 영상 219점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크게 수집·정리·활용이라는 아카이브의 기본 기능을 설명하는 것이 주가 되는데, 그러한 기능들을 일반인들이 재밌고 쉽게 알 수 있게 많은 자료 중에서 추려서 보여주고 있다. 결국 분류의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전시 속에 전시를 꾸렸다."

사람마다 살아온 경험과 기억이 다 다르기 때문에 관람객들은 인상 깊은 사진이 다 다를 것이고, 인생을 회상하는 '인생의 방'이 될 것이다.

상영되고 있는 동영상은 작년과 재작년 2년 동안 '홈비디오 공개 소집·디지털화' 사업을 통해 확보한 영상들이다.
이 사업으로 일반인들한테 접수를 받아서 아날로그 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해 주고 해당 영상들을 기증받은 것이다.

[인터렉티브(대화형) 설치 작품]


인터렉티브(대화형) 설치 작품은 자료 적립하는데 쓰인 도구를 설명하고 있다.
관람객이 앞에 놓인 라이트박스, 보존상자, 블로어 등을 카메라에 갖다 대면 해당 도구에 관련된 사용법이나 정리법 등이 영상으로 보인다.

전시장 한쪽에는 사진이나 영상을 기록하는 매체들을 시대순으로 나열해놨다. 흑백필름을 비롯해 칼러필름, 카세트테이프, VHS 비디오 테이프, 방송용 베타 테이프, 6mm 테이프, CD, DVD, 외장 하드 등이 나열돼있다.
'홈비디오 공개 소집·디지털화' 사업에 쓰였던 여러 비디오를 파일로 변환해주는 장비도 공개됐다.

[라키비움에 설치된 키오스트]


▶4부 라키비움(Larchivium)..전시장의 미래

4부에는 민속박물관만의 라키비움이 조성돼있다.
전시장은 사람들이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공간, 유물과 연계해서 볼 수 있는 공간, 쉬면서 자료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라이브러리(Library)와 아카이브(Archives), 뮤지엄(Museum)을 합친 라키비움은 현재보다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2021년경에 경기도 파주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의 개방형 수장고가 개관하는데, 거기에서 유물과 연계해서 아카이브 자료를 많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거에 관한 사전 실험 같은 목적이다.

김형주 학예사는 "민속박물관 자료실이 있는데 관람객들한테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라키비움을 전시실에 꾸려 효용성이 있는지 실험하고 싶었다" 며 "더불어서 관람객들이 어떤 환경을 선호하는지 수시로 와서 관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라키비움에서는 키오스트(kiosk·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을 통해 유물 정보를 빠르게 살펴볼 수 있다.
의, 식, 주, 생업, 일생의례, 신앙, 세시풍속, 놀이, 축제 등 국립민속박물관의 분류 체계가 적용된 사진을 손으로 터치하면 그 사진에 관한 상세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간된 책들의 정보도 사진과 연결해 놔서, 사진과 관련된 보다 상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전시장에는 최근 5년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료 5가지가 전시됐다.

[헤르만 산더 사진첩]


1위는 독일인 헤르만 선더가 1905~1906년 우리나라에 와서 찍고 수집한 사진들을 첩으로 만든 '헤르만 산더 사진첩'이 차지했다.
사진첩 옆에는 사진첩의 전체 사진을 볼 수 있게 아카이브를 이용한 LCD 모니터를 설치했다.

[엘리자베스 키스의 목판화]


1952년 한국전쟁 때 미국이 찰스 버스턴이 부산에서 찍은 사진들이 가장 인기 있는 자료 2위를 차지했고, 엘리자베스 키스의 풍속화 적인 목판화가 3위에 올랐다.

[정약용의 '하피첩' 영상]


1810년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글을 적은 서첩인 하피첩(보물 제1683-2호)이 4위를 차지했다.
전시장에는 유물이 아닌 영상으로 전시했다. 이는 12월 말에 오픈 예정인 상설전시장에 하피첩이 전시되는데, 영상을 보고 실물을 관람할 수 있는 연결지점을 만들고자 한 기획자의 의도이다.

[보물 제1319호 경진년대통력]


마지막 5위는 보물 제1319호인 경진년대통력(1580)이 차지했다. 경진년대통력은 현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역서(달력)이고 임진왜란(1592~1598) 이전에 발견된 것 중에서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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