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미중관계 大분석] ④ 중국이 꿈꾸는 강대국의 모습

2018-12-1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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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꿈' 이루려는 시진핑의 중국, 초일류 대국 꿈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신화통신]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중국의 꿈(中國夢)’은 중국인들이 지난 100년 동안 겪은 수모와 치욕을 자존감 회복과 중화민족의 부흥으로 극복하겠다는 국가적 책략이다.

‘중국의 꿈’이 처음 언급됐던 2012년만 해도 이는 국가 지도자가 화두로 던진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용어에 불과했다. 이후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야 개념을 제시한 당사자이기도 한 시진핑(習近平) 주석 주도로 ‘중국의 꿈’을 보다 구체화했다. 

5년마다 개최하는 당대회에서 중국 공산당은 지난 5년의 과업과 향후 5년의 계획을 소개한다. 이는 이른바 ‘공작(업무)보고서’를 통해 이뤄지는데, 2017년의 공작보고서는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의 필승으로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쟁취하자'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당시 시 주석이 총 68쪽 3만2390자로 작성된 보고서를 3시간 30여분간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낭독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중국의 꿈’은 단순히 대국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다. 초일류 강대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대국의 면모를 갖췄기 때문이다. 오늘날 중국을 형용하는 데 있어 ‘최대’, ‘최고’, ‘최대 규모’ 등과 같은 수식어가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중국의 교역량, 내수시장, 신기술 이용자의 수, 병력 규모 등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중국의 외형적인 덩치는 커졌지만 내재적으로 부실한 면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중국의 꿈'을 통해 이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내실을 한층 다지기 위한 정지작업이 '중국의 꿈'의 핵심인 것이다.

실제로 '내실 다지기' 작업이 분야별로 각각의 목표를 가지고 진행 중이다.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는 법치주의의 확립과 ‘샤오캉 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한다. 외교에서는 새로운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에 기여하고 군사적으로는 국방의 현대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문화 방면에서는 ‘소프트 파워’의 증강을 추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고서는 ‘중국의 꿈’의 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중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정량적 목표나 구현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피했다. 경제 분야에서 국가총생산(GDP)이나 빈곤 감축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기는 했지만 보고서의 핵심은 ‘중국의 꿈’ 실현을 위해 중국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있다.

보고서는 시진핑의 2기 정권(2017~2022년)이 앞으로 중국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견인할 것인지에 대한 결의를 몇 가지 키워드로 소개했다. 

키워드는 ‘신시대(新时代)’, ‘신사상(新思想)’, ‘신역할(新作用)’과 ‘신공헌(新贡献)’ 등이다. 우선 ‘신시대’는 새로운 100년을 의미한다. 공산당이 탄생한 1921년 이후의 100년이 현 시대이고, 신시대는 이후 100년을 말한다. 이는 현재의 시진핑 2기 집권 기간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주력하는 기간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첫 100년의 목표가 전면적인 유복한 사회를 의미하는 샤오캉 사회의 건설이라면, 둘째 100년의 목표는 공산주의를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대동(大同)사회 구현이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서는 '대동'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부강하고 민주주의적인 문명과 조화롭고 수려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둘째 키워드는 ‘신사상’이다. 이는 구시대와 신시대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한 새로운 이념의 무장을 의미한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는 차별화된 이념과 새로운 사상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혁명과 전쟁’의 마오쩌둥 사상과 ‘평화와 발전’의 덩샤오핑 이론이 각각 새 시대의 사상적 기반으로 제시됐던 것처럼, 시 주석도 '시진핑 사상'으로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시 주석은 신사상의 최종 목표를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과 중국의 꿈의 실현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행해야 할 임무는 사회주의 현대화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정의했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란 모든 분야에서 강국의 면모를 갖춘 ‘신형 국가’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세계의 중심에 중국을 다시 우뚝 세우겠다는 것이다. 

셋째 키워드는 ‘신역할’이다. 즉, 중국이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중국의 꿈에 적용하면 중국이 앞으로 인류의 발전과 번영, 세계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중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의 새로운 역할은 대내적으로는 ‘분발유위(奮發有爲, 분발해 성과를 이뤄낸다)’와 ‘주동작위(主動作爲,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로, 대외적으로는 ‘도광양회(韬光养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와 유소작위(有所作爲,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뤄낸다)’로 요약된다. 

넷째 키워드는 ‘신공헌’이다. 향후 100년간 중국의 공헌은 대내외적으로 상호보완적인 특징이 있다. 대내적으로 일단 중국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완성을 위해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에 이바지한다는 게 목표다. 경제적으로는 보다 부강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계획이다. 중국이 대내적으로 이를 해내면 대외적으로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중국이 기아와 빈곤, 자연재해로 인한 유민, 난민과 이재민을 양산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세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시진핑 사상을 종합해보면 ‘중국의 꿈’의 대내적 목표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이고, 대외적인 목표는 이른바 ‘인류운명공동체’의 구현이다. 후자의 함의는 기존의 국제질서를 인류운명공동체로 대체한다는 것인데, 이는 21세기 중국의 무대는 지구를 넘어 우주 및 가상까지 확대됐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중국이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대상 또한 과거의 ‘세계’, ‘세계 국가’나 ‘세계 인민’을 초월하여 ‘인류’로 확대된 것이다. 중국의 원대한 꿈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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