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노자와 기업경영

2018-12-06 06:00
  • 글자크기 설정

조평규 중국 연달그룹 수석부회장

"도가도비상도, 명가명비상명(道可道非常道,名可名非常名)."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经) 첫머리에 나오는 문구다.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도(道)나 명(名)으로 개념화 시키면 그것은 이미 도나 명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첫머리의 구절에 노자 철학의 정수가 담겨 있다. 어떤 것에 대해서 개념화 하거나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은 이미 본질과 달라진다는 말이다. 노자가 살았던 시대는 2000년 전인데도 불구하고 현대에 적용하여도 손색이 없는 철학적 사유의 수준을 보여준다.

현대의 경영자들이 노자의 철학관에 열광하는 이유는 혁신의 아이콘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대개의 회사에는 목표 매출액이나 슬로건이 있다. 그것이 제시되는 순간 직원들에게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에 이미 익숙하다.

한국은 남이 개발한 기술 혹은 상품을 모방하거나 변형해 생산원가를 줄이는 효용성을 무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 국부를 창출한 나라다. 이러한 모방이나 따라하기 전략은 도(道)와 명(名)을 개념화시킨 것과 다를바 없다.  규격화되고 개념화된 것은 남이 따라하거나 모방하기 쉽다.

지난 10여년간 우리가 3만 달러의 벽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마찬가지다. 중국이나 개도국들이 우리 모델을 모방해 우리의 경쟁자로 부상한 반면, 우리는 현실에 안주한 나머지 경쟁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원천이 되는 철학적 사유와 실천이 부족했던 것이다. 

현대는 과거의 단순 혁신을 뛰어넘는 수준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산업 전반적으로 패러다임의 쉬프트(Shift)가 급속히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진입해 있다. 남이 만들어 놓은 바둑판 위에서 춤추는 삶이 아니라, 자기가 기준을 만들지 않고서는 생존이 어려운 시대다. 원가 절감을 위해 전사적으로 목표를 향해 전진하기 보다, 종업원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 수 있는가를 연구하고 지원하면 회사의 실적이나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우리의 경쟁자이자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노자의 후예(后裔)답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박스권을 뛰어넘는 시도가 산업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중국 부자연구소 후룬바이푸(胡润百富)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유니콘기업이 2.6일에 하나씩 생겨나 11월말 현재 유니콘 기업 숫자가 200개에 육박하고 있다.

중국 유니콘 기업들은 과거의 전자상거래 중심에서 의료건강·문화오락·빅데이터·물류·인공지능·교육·자동차·부동산서비스·사물인터넷(IoT)·게임·블록체인·로봇·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의 분포 또한 베이징·상하이·항저우·선전·난징·광저우·쑤저우·텐진·우한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성취의 바탕에는 노자에게서 배운 철학적 사유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 정부가 들어선 이래 반기업 정서가 사회전반을 내리누르면서 투자 의욕은 가라앉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는 실종돼 가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정치, 독재, 민주화, 산업화, 운동권, 좌익, 노조, 시민사회 등의 다양한 세력들이 자기들에게만 맞는 시대착오적 이념화 된 안경을 쓰고 세상을 재단해 각자가 옳다고 하는 아귀다툼의 혼란에 빠져 있다. 자기만 아는 신념화 된 낡은 틀로 세상을 볼 게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미래를 대비하는 지성적 사유의 변화가 절실하다.

건명원(建明苑) 최진석 원장은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우리 기업들의 혁신적 선도력(先导力)은 “지성적이고 문화적이며 철학적이고도 예술적인 높이의 시선에서 형성된다"며 "이것은 인격적인 토양에서 터져 나오는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발휘하여 용기있게 도전할 때만이 생겨난다"고 조언하고 있다.

경제뿐만이 아니다. 교육, 정치, 문화, 사회 등 모든 분야에 적용 될 수 있는 철학적 사유의 원천을 지금도 살아있는 노자(老子)의 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취사선택의 위치에 있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시점을 지나가고 있다. 이 허들을 넘지 못하면 성장은 정체되고 기업들은 고사될 가능성이 많다. 어려운 현실을 돌파 하기 위한 기업인들의 용기 있는 도전과 실천이 절실하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