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신규 출점을 50~100m 이내에서 제한하는 자율규약안이 마련됐지만, 다른 업종으로 확대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포화상태인 프랜차이즈업계의 출혈경쟁을 정부가 규제해달라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담합 내지 자유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소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가 편의점 업계의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심사를 요청한 자율규약 제정안을 승인했다. 이번 자율규약은 가맹분야에서 최초 사례로 꼽힌다.
이같은 출점 제한은 편의점 출점에 그동안 제한이 없다보니, 과당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앞으로 동일 브랜드를 넘어 다른 브랜드이더라도 최대 100m 이내엔 신규 출점을 할 수 없어 편의점 매출을 어느 정도는 보장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시장 과밀화를 문제의 원인으로 정부와 업계가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측은 “△무분별한 출점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인해 편의점 점주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면서 “제과제빵, 커피, 피자 등 타 업종에도 적극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타 업종으로 출점 제한을 확대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공정위 역시 업종 확대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공산품이 상당부분 많기 때문에 다른 매장이라도 가격이나 품질에서 동일한 상품이 진열되는 상황”이라며 “커피점이나 베이커리 등은 브랜드별, 매장별로 가격이나 품질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대도시 주요 상권에서 커피점만 보더라도 일종의 ‘커피거리’로 알려질 정도로 동일 업종의 매장이 줄지어 문을 열어놓은 상태다. 더구나 외식업 프랜차이즈 업종의 경우에도, 동일 상권에서 오히려 매장이 밀집된 상태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여타 가맹업종으로 확대할 경우, 기존의 주요 상권 개념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요 상권은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그 효과를 얻어 형성되는 것"이라며 "유동인구 역시도 다양한 소비 인프라가 많은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가맹점 업종 전분야로 출점 제한을 하게 될 경우, 상권을 축소시킬 수 있으며, 이번 자율규약은 일단 소비자 편의성 부문은 다소 밀려난 경향이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편의점 역시 해당 가맹본부인 유통대기업의 자체 상품(PL) 비율을 늘리고 있는 만큼 이 제품들을 동일한 공산품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는 PL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분위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가 다른 한쪽에선 담합 등을 막고 업계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다른 부서에서는 공정경쟁의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듣기도 한다"면서도 "출점 제한은 자영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업계가 자발적으로 규약을 이행하도록 한 것이고 타 업종 확대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살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