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미중관계 大분석]② 미국은 어떻게 패권을 유지할 생각인가

2018-11-28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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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아시아에서 패권 위치 유지 원해, 중국에 양보없어

과거 실패한 대중국 포위망 전략, 군사집단화로 중국 압박한다

지난 5월 미군 태평양사령관 이임 행사 참석차 하와이로 이동 중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군용기 안 기자회견에서 군사력을 동원해 남중국해 분쟁지역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에 맞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사진=AFP/연합]



2009년 9월 미국은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 유지에 관한 입장을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밝혔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 외교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에서 정부 외교정책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재균형 전략(rebalancing strategy)’을 소개했다. 미국의 리더십을 100년 더 유지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듬해에는 이와 관련해 보다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미국이 21세기를 ‘이끌 수 있고(can lead)’, ‘이끌어야 하고 (must lead)’, ‘이끌 것(will lead)’이라는 입장을 공표한 것이다. 향후 100년간 미국의 외교가 리더십을 보다 확고히 하는 초석을 닦는 작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자국 우위(primacy)와 리더십을 수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냉전의 시작과 함께 줄곧 동아시아 지역의 문제와 관련해 선봉에 나섰다. 동맹국의 안보를 보장하고 지역 내 미국의 국가전략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련에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는 빠르게 부상한 중국이 아시아에서 소련을 대체했다. 이에 미국은 패권적 입지를 견지하고자 중국에도 리더의 자리를 내줄 의사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실하게 밝힌 것이다. 

미국의 패권적 지위 수호를 위한 전략 노선은 세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양자 동맹 체제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개입을 통해 역내 리더십을 공고화하고 다자협력의 기반을 쌓는 것이다.

이 중 핵심은 양자동맹체제다. 이를 바탕으로 역내 사무에 개입해 리더십을 확보한다. 다자협력 추구는 부차적인 문제다. 중국이 ‘전략적 경쟁자’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다자협력에 기반해 역내 평화와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우세하다. 

미국이 오늘날까지 패권수호 전략의 기본 방침으로 군사적 접근과 양자동맹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위협론’과 지리적 불가피성 때문이다.

중국위협론은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의 군사적 팽창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한 것으로 중국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 틀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미국 동맹국 간 영토분쟁 지역이 중국의 군사적 조치로 점령된다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의 근간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에 기반한다. 미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항해의 자유’를 명분삼아 중국의 군사적 확장 노력을 저지하려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보면 미국은 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중국은 아시아 대륙 중앙에 있다. 나머지 동아시아 국가들은 섬나라(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이거나 반도 국가(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차이나 등)다. 이들 국가의 지리적 위치가 전략의 기본 틀을 결정하는데 현재 미국은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을 수호하려면 원정경기를 펼쳐야 하는 처지다.

중국은 아시아 대륙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방향에서 적의 침략을 받을 수 있는 전략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그 경로가 해상이든 육상이든 중국은 사방 면에서 적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전 국토를 방어해야만 하는 태생적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중국의 지리적 상황을 고려해 미국이 선택한 대(對)중국 견제의 유일한 방법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포위망 전략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지리적으로 취약한 방어선을 최대한 공략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냉전시대나 탈냉전 시대에나 본질적으로 변하기 어렵다. 이 방법이 최선이고 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미국이 동아시아 동맹 체제를 유지하거나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전략을 냉전의 유산이라며 비판한다. 

미국은 대중국 포위망과 관련해 지난 1955년에 못 다 이룬 꿈을 다시 이루고자 한다. 당시 미국은 동맹국 간의 동맹관계 확립을 통해 유럽, 중동과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집단방위체제를 구축하길 원했다. 유럽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출범했고 중동에서는 이른바 ‘테헤란 동맹(Teheran Axis)’ 형성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동아시아에서는 오늘날 아세안(ASEAN)의 전신인 동남아조약기구(SEATO)를 군사화하는 데 실패했다.

SEATO 군사화 전략 실패의 원인은 정치적인 문제였다. 당시 유럽 회원국(영국과 프랑스)은 지리적 환경과 경제적 여력 부족을 핑계로 군사화를 반대했다. 이들 국가의 불참은 결국 미국이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일본은 ‘평화헌법’ 때문에 미국에게 군사적 파트너가 될 수 없었다. 나머지 동남아 국가(필리핀과 태국)들은 군사·경제·정치적 여력이 없었다.

미국은 과거의 실패를 다시 추스르고자 한다. 동아시아 국가와의 군사적 유대관계를 강화하여 집단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은 일본의 부응이다. 일본은 이 전략 외에 호주·뉴질랜드와의 군사협력을 위한 ‘2+2(외교+국방장관)’ 회담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하려 하는 것도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집단화 전략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중국위협론’을 잠재우고 동맹국과 자국의 전략이익 수호를 위해 집단방어체제 구축을 원한다. 동맹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지리적 조건에 기인한다. 또, 원활한 군사작전을 위해서는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이 주장하는 '항행의 자유'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다르다. 이를 충분히 고려해 향후 대중·대미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주재우 경희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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