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경제를 살리고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모든 경제 주체들이 사회적·국가적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해 고통을 나누겠다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하면 타협도, 이행도 어렵다"며 "서로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끌어내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발언 전문이다.
"오늘 정말 고대했던 날입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드디어 출범하게 돼서 아주 기쁩니다.
위원회가 출범하기까지 많은 논의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끈기 있게 위원회 출범을 이끌어주신 문성현 위원장님과 위원회 참여를 결정해 주신 노동계와 경영계 위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동안 사회적 대화 복원과 대타협이 참으로 절실하다는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 왔습니다.
당면한 고용위기,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간 단축, 노동기본권 같은 노동현안은 물론 주력산업의 구조조정도 노사관계가 핵심입니다.
저성장,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는데도 경제 주체들이 큰 틀에서 합의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로 나가기 위해 경제·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진하는 사람중심 경제, 노동존중 사회, 포용적 성장과 포용사회,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지혜를 모으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만 가능합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은 한 국가의 경제·사회적 대전환을 이끌었습니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 네덜란드는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저성장과 고실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재도약과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기반을 다졌습니다.
우리도 20년 전 노사정위원회를 설립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노동계와 경영계를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저와 정부의 입장은 확고합니다.
우리는 대립이 아니라 협력의 관계입니다.
경제를 살리고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함께 협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개혁의 주체입니다.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사회를 이끄는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가져야 할 시대적 소명입니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그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오랜 기다림과 큰 기대를 가지고 위원회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해 나갑니다.
위원회 출범에 맞춰 몇 가지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사회적 대화의 주체는 노동계와 경영계라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정부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를 활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새로 출범하는 경사노위는 의제선정, 논의방식, 결론 도출의 모든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자율적인 대화와 타협을 최우선 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로서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이견을 좁히고 정책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다만 우리 경제·사회 문제를 변화시키는 주체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성도 당부드립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대화의 참여와 지속성이 중요합니다.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제도의 틀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민주노총의 빈자리가 아쉽습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 회의,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위원회가 사회적 총의를 담아 많은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이른 시일 내에 참여해 주길 희망합니다.
민주노총의 참여야말로 노동계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둘째, 모든 경제 주체들이 사회적 국가적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해 고통을 나누겠다는 마음 자세를 당부합니다.
양보와 타협 없이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타협도 어렵고 이행도 어렵습니다.
서로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끌어내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합니다.
최근 양보와 타협이 상생과 연대를 만든 좋은 사례들이 많습니다.
공공부문과 금융산업은 노사가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 근로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월급의 일부를 부담하고 기업이 같은 금액을 적립해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사례도 있습니다.
임금 인상 대신 노사합의로 교대제를 개편하고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면서 고용을 늘린 기업도 있습니다.
최근 광주형 일자리 마지막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적 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기업은 경쟁력을 갖고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입니다.
고용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통 큰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꼭 성공하기 기대합니다.
합의가 이뤄질 경우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위원회를 운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사노위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 중소기업, 중견기업, 소상공인 등 그동안 소외되었던 분야의 대표들이 참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한국형 사회적 대화 기구로서의 대표성을 갖추었습니다.
앞으로 산하에 설치될 의제별, 업종별, 계층별 위원회와 특별위원회를 더욱 활성화하여 분야별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사회 안전망 개선,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법제도 개선, 안전한 일터를 위한 산업 안전, 디지털전환 또는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미래 등 노동현안이 산적해 있습니다.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소득 보장 같은 우리의 장기 비전도 논의하고 합의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에서 다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작은 성공부터 이뤄내어 성과를 쌓아 나가기를 바랍니다.
지난 8월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에서 취약계층 소득보장 강화와 관련된 첫 사회적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ILO(국제노동기구) 협약 관련 법제도 개선도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 조속히 합리적 대안을 찾아주기 바랍니다.
위원회가 사회적 대화 기구로서 그 위상을 굳건히 해야 사회적 합의의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노동계 경영계 공익위원님들께서 더욱 협력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저도 위원회의 합의가 실질적인 구속력과 실천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다해 보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