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곡성' 손나은 "'연기돌' 편견? 진실하게 봐주셨으면"

2018-11-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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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곡성' 옥분 역을 맡은 배우 손나은[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현존하는 공포영화 중 가장 무서운 작품”으로 꼽히는 이혁수 감독의 영화 ‘여곡성’(1986)이 새롭게 태어났다. 유영선 감독의 현대적 색채가 더해진 이 작품은 원인 모를 기이한 죽음이 이어지는 한 저택을 배경으로 아들을 잃은 신씨 부인(서영희 분)과 천민 출신 며느리 옥분(손나은 분)의 욕망이 충돌하며 벌어지는 무섭고도 기묘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손나은(24)은 옥분 역을 맡게 됐다. 원작보다 개인적 욕망이 심화되었고 그로 인해 행동력 또한 높아졌다. 보다 섬세하고 활력을 가지게 된 인물을 표현하는 건 오로지 손나은의 몫이었을 터. 스크린 데뷔와 사극 장르, 공포영화, 베테랑 배우와의 호흡 등 많은 어려움을 이겨낸 손나은은 제법 주연배우다운 진중함으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시사회 때 ‘여곡성’을 처음 봤어요. 어찌나 긴장했는지 배탈이 났었어요. 처음 볼 땐 저의 모자란 부분만 보였는데 두 번째는…. 역시 개인적인 모습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객관적으로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그게 잘 안 됐어요.”

최근 영화 ‘여곡성’ 개봉을 앞두고 아주경제와 만난 손나은은 2011년 걸그룹 에이핑크로 데뷔해 2012년 드라마 ‘대풍수’ ‘무자식 상팔자’ 2015년 ‘두 번째 스무살’ 2017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 꾸준히 가수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해왔다. 영화 ‘여곡성’으로 처음 스크린 데뷔하게 된 그는 “아직까지는 아쉬운 점만 보인다”며 “이번 작품으로 많이 배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여곡성' 옥분 역을 맡은 배우 손나은[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제가 공포영화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사극에 대한 로망도 있었는데 ‘여곡성’은 사극 공포 장르라 더 관심이 갔어요.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옥분 캐릭터에 감정 이입도 되고….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됐죠.”

로망을 실현하기까지 어려운 점들도 있었다. 특히 “모성에 관한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어”서 고민을 거듭하며 캐릭터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다고.

“모성은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라서 많이 고민하고 또 떠올리려고 했어요. 때마다 엄마를 생각했죠. ‘엄마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엄마라면 어땠을까?’ 하는 식으로요. 옥분이 느끼는 감정들을 엄마에 이입하려고 노력했었던 거 같아요. 왜인지 따로 (엄마에게) 감정을 묻거나 도움을 요청하지는 않았어요. 혼자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은 처음이다 보니 감독님, 선배님들께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혼자 해내고 싶어서 ‘독립’하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었죠.”

천민 출신의 옥분은 신씨 부인의 ‘가족’이 되며 욕망을 깨닫게 된다. 손나은은 “욕망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모성인데, 가족의 일원이 되며 변질된 욕망을 품게 된다”고 캐릭터에 관해 차분히 설명했다. 캐릭터에 관한 깊은 연구 끝에 나온 답변인 듯했다.

“촬영 전,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 감독님과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옥분에 대해 묻기도 하고 궁금한 점들을 해결해나갔죠. 감독님은 제게 책이나 영화를 (레퍼런스로) 추천해주셨어요.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븐’ ‘장화홍련’ 소설 ‘벌들의 죽음’을 보고 감을 익혔어요.”

베테랑 배우 서영희와 합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상황에 몰입”되기도 했다. “연기가 아닌 진짜”라고 느끼는 감정을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찍는 장면은 정말 무서웠어요. 빛 하나 없고 완전히 깜깜한 공간에서 서영희 선배님의 숨소리만이 들려왔죠. 바로 옆에서 선배님의 숨소리가 느껴지는데 절로 숨을 참게 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었던 거 같아요. 신기한 게 시사회 날 그 장면을 보는데 관객들도 저처럼 숨을 참으면서 보는 거예요.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떨렸어요.”

영화 '여곡성' 옥분 역을 맡은 배우 손나은[사진=스마일이엔티제공]


옥분은 다양한 감정 연기를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다. 처음 저택에 입성했던 순진무구한 모습부터 임신 후 조금씩 욕망의 싹을 틔우는 모습 등 감정의 폭이 넓었다.

“옥분은 겉으로 감정이 드러나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설정 자체가 그랬었죠. 감독님께서 말하기를 ‘무섭게 화를 내는 아이가 아니라 감정들을 조절하며 표현하는 인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감정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며 눈빛, 톤 정도로만 표현하려고 했어요. 옥분의 감정이 잘 표현되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시는데 설정상 그렇게 표현하려고 한 거예요.”

손나은은 데뷔 초반에 비해 자유롭게 활동 범위를 선택할 수 있게 된 자신을 ‘욕망’에 눈 뜨게 된 옥분과 비교하기도 했다. “즐길 줄 몰랐던” 데뷔 초반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제와 재미를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며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이 일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아주 평범한 날이었는데 촬영 도중 ‘날씨도 좋은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촬영을 하게 돼 기분이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별거 아니고 늘 해왔던 건데도. 처음으로 행복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손나은은 점차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스스럼없어졌다고 고백했다. 가수 활동, 연기, 패션 등 “표현의 욕구가 늘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여곡성’을 찍으면서는 영화 미술에도 관심이 커졌어요. 제가 미술을 전공해서 그런 걸까요? 소품, 조명, 미술 등등 관심이 많이 가고 재밌더라고요. 미술팀이 일하고 있으면 저도 슬쩍 껴서 소품을 만들곤 했어요. 극 중 산속 돌무덤이 나오는데 그 소품에 제 손길도 닿아있답니다. 돌 하나, 지푸라기 하나하나까지도 의미가 담긴 거니까. 함께 참여하면서 더욱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영화 '여곡성' 옥분 역을 맡은 배우 손나은[사진=스마일이엔티 제공]


올해 박스오피스는 걸그룹 출신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2월 개봉한 ‘라라’ 정채연부터 ‘물괴’ 혜리 ‘안시성’ 설현과 ‘소녀의 세계’ 나라 등등 동료 가수들이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신기하게 개봉 시기가 이렇게 딱 맞네요. 모든 작품을 다 보진 못했지만 그 친구들도 모두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에 용기를 가지고 도전한 그 친구들을 함께 응원해주고 싶어요.”

올해 ‘연기돌’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그럼에도 대중들의 편견은 여전하다. 손나은은 “저 역시 그런 편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장에서도 위축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저 사람도 날 그렇게 생각하겠지?’ ‘내가 아이돌 출신이라서 편견을 가지고 있겠지?’ 하는 생각에 빠지곤 해요. 그러다 보니 100% 할 수 있는 일들도 그만큼 하지 못하고 돌아올 때가 많아요. 머리에 너무 잡다한 생각이 많아요. 아이돌 출신이라는 수식어는 평생 제가 가져가야 할 부분이에요. 실제로도 가수 출신이고요. 그걸 떼려고 애쓰지 않을 거예요. 다만 제게 주어진 기회를 충실하게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다만 부탁드리고 싶은 건 연기할 때만큼은 진실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올해 8년 차를 맞게 된 에이핑크. 가수로서는 정점을 찍은 손나은에게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가수로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해요. 멤버들과 이대로 꾸준히 간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연기는 이제 막 시작 단계라서 ‘어떤 배우가 되어야지’하는 생각은 감히 못 해봤어요. 그저 모두에게 사랑받는 배우,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간 손나은이 되고 싶어요. 아, 그냥 대중의 사랑이 고픈 건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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