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약세 바람에 '프록시통화'도 매도 압력…원화도 '비상'

2018-11-1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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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약세 재가속, 추가 절하 위안/달러 7위안 돌파 전망 확산

인민은행 개입 우려에 원, 호주달러 등 '프록시통화'에 매도 압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달 초 반짝 진정됐던 위안/달러 환율 오름세(위안화 약세)가 다시 가팔라졌다. 중국 경제 비관론과 함께 위안화 약세 지속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한국 원화,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 등 이른바 '프록시(proxy·대리)통화'도 거센 매도 압력에 직면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시장에 개입해 위안화 절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로 외환 트레이더들이 위안화를 대신할 프록시통화로 눈을 돌리면서다.

위안/달러 환율은 연초 6.5위안을 밑돌았지만, 지난달 말엔 6.98위안까지 치솟았다. 10년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7위안을 돌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지난 2일에는 6.8위안 대로 후퇴했지만, 9일 다시 6.96위안으로 반등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일단락될 수 있다는 기대가 꺾인 가운데 전보다 느슨해진 통화정책과 성장둔화 등을 둘러싼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를 비롯한 대형 투자은행들도 앞다퉈 위안/달러 환율이 곧 7위안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수 트린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아시아 외환전략 책임자는 위안/달러 환율이 내년 말 7.5위안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면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월에도 시장 개입을 통해 단 이틀 만에 달러 대비 역외 위안화 가치를 2.4% 끌어올렸다. 스탠더드차타드는 인민은행이 지난 7일 홍콩에서 200억 위안 규모의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보다 강력한 통화정책 운용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했다.

블룸버그는 12일 외환 트레이더들이 원화와 호주달러, 뉴질랜드달러 외에 대만달러, 싱가포르달러, 홍콩달러 등을 위안화의 프록시통화로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통화를 쓰는 나라는 모두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수출국이다. 중국과 경제 연관성이 높아 환율이 위안화와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쉽다. 그러면서도 인민은행은 물론 자국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 위험에서 자유롭고, 유연성과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매력으로 꼽힌다.

조달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트레이더들의 원화 조달금리는 위안화 금리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경제 비관론에 근거한 위안화 투자라면 프록시통화에 간접 투자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

인민은행의 시장 개입 우려는 위안화에 대한 약세 베팅 압력을 프록시통화로 분산시켰다. 이 결과, 달러 대비 위안화 값이 올 들어 6% 이상 떨어지는 동안 호주달러와 원화 값은 각각 7%, 5%가량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관련 악재로 위안화 약세가 더 거세지면 프록시통화에 대한 매도 압력도 함께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위안화에 대한 직접 베팅을 선호하는 트레이더들도 있다는 게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케빈 스미스 크리스캣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위안화 프록시통화가 위안화만큼 고평가되거나, 거래가 빈번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지 사정으로 프록시통화와 위안화의 환율이 다른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예로 위안화 약세가 다시 두드러진 지난주 달러 대비 호주달러 가치는 0.7% 올랐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거래)센터는 이날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147위안(0.21%) 높인 6.9476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그만큼 낮췄다는 얘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달 예상대로 올 들어 4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큰 데다, 미국 경기지표 호조 등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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