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대화와 협상으로 갈등을 해소하길 원한다는 메시지를 재차 전달했다.
시 주석이 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을 만나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며 "중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심층적인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사가 이날 전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지난 40년간 중·미 관계는 많은 비바람과 굴곡을 겪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전진해왔고 오늘날 국제사회가 특히 미·중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되길 바라고 있다"면서 "상호존중과 양보의 정신과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양국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중국이 스스로 선택한 길과 발전의 권리, 합리적인 권익을 마땅히 존중해야 하며 중국과 함께 양국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 발전을 유지해야 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시 주석은 또,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로 양국 관계 발전에 역사적인 기여를 했다"면서 "우리(중국)는 이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껏 치켜 세우기도 했다.
이에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는 중요한 시기에 다시 시 주석을 만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면서 "수 십년간 수 차례 중국을 찾아 중국의 발전을 직접 목격했으며 특히 오늘날 양국 협력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중국이 지금까지 기울여온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상호 이해하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서 순조롭게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앞두고 '대화화자'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해석됐다. 상호 이해 뿐 아니라 상호 양보를 언급해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음도 시사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터닝포인트를 맞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증폭됐다. 중국 제1회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연단에 선 시 주석이 '작은 화해'의 손짓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중국은 기존 입장을 반복했고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G20 정상회담에서 화해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G20에서의 만남으로 양국 간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것.
미국은 막대한 적자와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산업 선진화 정책인 '중국제조 2025'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핵심전략으로 포기가 어렵다. 시 주석이 키신저 전 장관과의 만남에서 "미국은 중국이 스스로 선택한 길을 존중하라"고 말한 것으로 미뤄 이 부분에서의 양보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