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종교·양심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4년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판례를 깨고 14년 만에 새로운 판례를 남겼다.
오씨는 줄곧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입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오씨는 2013년 7월 육군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간 이 사건의 쟁점은 오씨의 주장처럼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가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앞서 오씨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하급심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2004년 판례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법원은 2004년 판례에 따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해왔다.
14년간 유지된 판례와 달리 이날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 양심적 자유를 병역의무라는 헌법적 법익과 우월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라고 인정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며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오씨의 사유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상고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은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한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이 개인적인 신념이나 가치관, 세계관 등과 같은 주관적 사정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 없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또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만한 명백한 규범적·현실적 변화도 없다”며 “다수의견의 견해는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으로서,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등 9명의 다수의견에 따라 이번 사건은 무죄로 최종결론이 났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처벌조항에서 규정하는 정당한 사유의 해석론을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