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소비마저 추락…韓경기 내리막길 진입했나

2018-10-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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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소비지표도 급락…韓경기 고점 지나 수축국면 진입 논란 불붙어

해외 IB 줄줄이 韓성장률 하향 조정

[연합뉴스]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신호를 보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마저 반년째 뒷걸음질치면서 경기가 상승에서 하강으로 바뀌는 전환점을 맞았음을 시사했다.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 정부와 달리 전문가들은 침체 국면이 눈앞에 다가왔음을 우려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은 이미 올해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불붙은 ‘경기 하강 국면 진입’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주목할 점은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다. 실제 경기와 같이 움직이는 7개 구성지표를 종합한 동행지수에서 추세변동분을 제거한 지표다.

이 지수는 현재 경기 국면과 전환점을 파악하는 데 이용된다. 100을 기준으로 그 미만이면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해석하고, 이상이면 좋다고 해석한다. 무엇보다 상승 또는 하락 흐름인지가 중요하다.

통상 경기의 전환점을 판단할 때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일관되게 상승 또는 하락하는지 여부를 본다. 9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6으로, 4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12월(99.8)부터는 아예 기준선을 밑돌았다.

앞서 통계청도 경기 전환점 판단에 이 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는 것을 기준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통계청은 이날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6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자동으로 경기국면이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환점 여부가 논란인 것은 경기 순환주기상 지금부터 수축기가 시작되는지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3월 저점을 확인한 이후 아직까지 고점이 언제인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아직 우리경제가 확장기에 있는 셈이다.

통계청은 2009년 2월(저점)에 시작해 2013년 3월(저점)에 종결되는 10순환기까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10순환기에는 2011년 8월(고점)까지 30개월간 확장기를 거쳤고, 이후 19개월간 수축기를 지났다.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건 이미 우리 경제가 고점을 지난 상태라는 의미다. 올해 들어 급격히 꺾인 경제지표가 이를 방증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우리 경제는 11순환기 또는 12순환기의 수축국면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고점은 작년 2분기로 봤고, 저점은 내년 중에 올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우리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은 작년부터 계속 제기돼 왔다. 대표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우리나라 경기선행지수(CLI)는 17개월째 전월 대비 하락했다.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9월부터 20개월간 하락한 이후 가장 긴 내림세다. CLI는 6~9개월 뒤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믿었던 생산‧소비의 동반 추락··· 정부 “경제 정상궤도 복귀 총력”

경기 하강 국면 논란에도 정부의 위안거리는 수출‧소비‧생산지표였다. 정부는 지난 12일 내놓은 최근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도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은 6월 0.6% 감소했지만, 7~8월 연속 증가하면서 위기감이 퍼진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9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생산은 5년 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사실상 제조업 경기를 반영하는 광공업생산은 1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한 게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4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고, 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에도 승용차 판매가 20개월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7개월 만에 반등한 설비투자는 반도체장비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수출도 반도체에 의지한 형국이다.

사실상 모든 경제지표가 꺾인 셈이다. 기재부는 이날 산업활동동향 평가 보도자료에서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경제‧고용의 정상궤도 복귀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도 줄줄이 韓경제성장률 하향조정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우리나라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인은 투자부진과 내수위축, 대외 불확실성 확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레이스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2.8%에서 2.7%로, 내년은 2.7%에서 2.6%로 각각 낮췄다.

씨티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 포인트 내린 2.7%, 2.5% 조정했다. 노무라는 0.2% 포인트씩 낮춰 올해 2.7%, 내년 2.5%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했다. 2020년 성장률도 2.5%에서 2.3%로 낮췄다.

해외 IB가 성장률을 줄줄이 하향 조정한 것은 투자부진과 대내외 불안요인의 확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바클레이스는 “설비 투자의 경우 무역분쟁 불확실성과 내수부진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제조업자들이 설비 확충에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투자 약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가운데, 설비투자 부진은 더 큰 우려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는 향후 대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등 설비 투자의 유의미한 반등은 어려울 소지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는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 △금리 인상에 따른 단기적 내수 충격 △긴축적 금융 여건에 따른 기업·소비자 심리 악화 등을 이유로 성장률을 낮췄다.

한편 바클레이스‧HSBC‧골드만삭스‧씨티‧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노무라 등 IB 대다수는 다음 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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