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올해를 하나금융의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공표하고 "하나금융그룹을 고객 중심의 데이터 기반 회사로 탈바꿈시킬 것"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김정태 회장은 30일 오후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있는 통합 데이터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비전 선포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회사별로 흩어진 운용 시스템을 이곳 청라에 모았다"며 "앞으로 하나금융이 나아갈 준비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IT 인프라 집중을 통해 그룹의 IT 수준을 상향 평준화 시키고 비용 절감을 실현했다. 또한, 전 계열사와 중국·캐나다·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 정보와 전산 시스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관제센터, 서버관리실 등을 구축했다.
김 회장이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정보회사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그는 "지구의 70%는 물이지만 그 중에 마실 수 있는 물이 1%에 불과하듯, 방대한 데이터 중에도 쓸 수 있는 데이터를 추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은 데이터는 고객과 직원 만족도를 높이고, 업무 절차를 개선한다. 나아가 새 상품을 만들어냄으로써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 인력도 강화한다. 그는 "청라국제도시에 데이터센터 외에도 연수원과 하나금융그룹 본사, 업무지원센터, 스포츠센터 등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며 "IT와 현업이 결합되는 공간으로써 IT·현업 인원들이 오고 가면서 당분간 인원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현재 1800명 정도인 그룹 IT 인력을 향후 35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단순히 IT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재 개발에도 힘쓴다.
김 회장은 "정보기술(IT) 직원과 업무직원 구분이 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직원 누구나 IT를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직원들에게 코딩을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적정 수준의 IT 인력과 현업 인력이 함께 하는 셀(Cell) 조직을 통해 업무 간 구분을 없앨 계획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매섭게 진행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과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LINE)의 금융자회사인 라인파이낸셜아시아간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라인파이낸셜아시아는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의 지분 20%을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양사는 인도네시아 현지 금융당국 승인 이후 주식대금을 납부하게 되며 내년부터 라인의 브랜드 역량, 플랫폼, 콘텐츠 등을 활용한 본격적인 디지털뱅크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 후 네이버와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하나금융과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 공동 컨소시엄을 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