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단순한 무역전쟁을 벗어나 일종의 헤게모니 전쟁으로 성격이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불리한 쪽은 중국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큰 우리에게 단기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중국에 경사되어 있는 나라가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도 우리와 유사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 틈바구니에서 반사이익을 찾아 나선다. 미국과 중국 간에 벌어진 틈새를 교묘히 파고들면서 중국에서의 실지(失地) 회복에 나서고 있다. 7년 만에 양국 정상회담을 만들어내면서 아베 총리는 자국의 500개 기업을 끌고 중국을 방문했다. 귀국하자마자 인도 총리를 일본에 초청하여 경제 재건을 위한 화살 시위를 계속 당긴다.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일본도 피해 나갈 수 없을 예상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순항을 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아베노믹스라는 리더십이 만들어내고 있는 산출물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전문가들은 한국이 그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한국이 갖고 있는 제조업 강점과 한국인의 DNA가 이와 잘 맞을 수 있다는 평가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콘텐츠 개발이나 속도 면에서 경쟁국에 크게 뒤지고 있는 양상이다. 심지어 이를 부추길 규제 철폐, 생태계 조성 등 인프라 정비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상태 그대로다. 설상가상으로 전통 주력 제조업에까지 적신호가 켜지면서 총체적인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차이나 스피드라는 무서운 속도로 미국에 필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일본은 경제를 압박하던 정치가 환골탈퇴를 하고, 모두가 죽는 길이 아닌 사는 길을 택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분위기다. 더 이상 과거의 잣대로만 일본을 가늠하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처절한 위기를 경험하면서 바뀐 그들의 생존방식이다.
문제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 존재, 분위기 반전을 통한 본색(本色) 회복이 급선무
이렇듯 따지고 보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위기는 우리가 자초하고 있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위기의 진원지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고 안에 있다. 이를 통감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시한폭탄이자 뇌관이다.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모두가 다 위기라고 인식하지만 그 이면에 기회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속수무책으로 망가진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우리의 본색(本色)을 빠르게 되찾아야 한다. 스피드는 우리 한국인 갖고 있는 가장 우수한 DNA다. 장기를 살릴 수 있는 텃밭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이 야성(野性, Animal Spirit)이 살아나도록 하기 위한 분위기 반전이 시급하다. 정치는 시대정신을 읽어야 하고, 정부는 어떤 정부가 현명한지를 곰곰이 씹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같은 새로운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는 공감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 경제에 닥치고 있는 3중고 혹은‘퍼펙트 스톰’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우리 내부를 싹 뜯어고쳐야 한다. 그렇지만 과연 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