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장사로 모은 전재산 400억, 고려대에 기부한 노부부 사연

2018-10-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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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석·양영애씨 부부, 청량리 소재 200억 토지·건물 고려대에 기증…200억 추가 기부 예정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본관에서는 김영석(왼쪽 첫 번째)씨, 양영애(왼쪽 두 번째)씨 부부가 평생 과일장사를 하며 모은 전재산을 기부하는 기증식이 열렸다. 김영석·양영애 부부가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한 사람이 학교에 기부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쁩니다. 우리 부부가 기부한 재산이 어려운 학생들의 공부에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평생 과일 장사를 하며 피땀 흘려 모은 전재산 400억원을 고려대학교에 기부한 노부부의 선행이 화제로 떠올랐다.
고려대학교는 김영석(91·남)씨와 양영애(83·여)씨 부부가 시가 200억원 상당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소재 토지 5필지 및 건물 4동을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에 기부했다고 25일 밝혔다. 또 이들 부부는 빠른 시일 내에 시가 200억원 정도의 다른 토지 6필지와 건물 4동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 토지와 건물은 김씨 부부가 서울에서 50년 넘게 과일 장사를 하며 어렵게 모은 전재산이다.

이날 기부식에 김씨는 일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어려울 만큼 거동이 불편해 앰뷸런스를 타고 학교에 방문했다. 또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김재호 이사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유병현 대외협력처장 겸 기금기획본부장 등이 참석해 이들 부부의 선행을 치하했다.

김씨는 북한 강원도 평강군 남면에서 태어난 실향민으로 15살에 부모를 여의고 고향을 떠나왔다. 그는 남은 2명의 형제들에게 "돈을 벌어오겠다"고 다짐했지만 끝내 그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양씨는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나 23세때 김씨와 중매로 만나 결혼했다. 양씨는 결혼 후 식모살이, 식당일 등 궂은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고, 1960년대 초 서울 종로5가에서 남편과 함께 리어카로 과일을 팔기 시작했다.

김씨 부부는 보다 질 좋은 과일을 구하기 위해 매일 자정 시장을 찾아갔다. 시장은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먼 거리에 있었지만, 돈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이들은 차를 타지 않고 늘상 걸어다니는 등 악착같이 살았다.

이들 부부의 노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가게도 개점 후 3~4시간이면 과일이 모두 팔려 나갈 만큼 주변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부부는 이렇게 피땀 흘려 모은 돈과 은행에서 빌린 돈을 합쳐 1976년 청량리에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 이들 부부는 이후에도 여행 한번을 가지 않을 정도로 근검절약하며 원리금을 갚아 나갔고, 주변에 건물을 하나 둘 더 사들여 결국 400억원을 보유한 자산가가 됐다.

부부에게는 슬하에 두 아들이 있다. 김씨 부부는 "두 아들이 미국에 이민을 가서 자리를 잡고 있다"며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좋은 곳에 쓰고 싶은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 "직업에 귀천이 있겠습니까. 저희 부부는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열심히 번 돈을 쓰는게 정말 좋습니다"라며 기부의 소회를 밝혔다.

한편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학생교육과 인재양성을 위해 전재산을 기부한 두 분의 고귀한 마음에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며 "학교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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