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폭발' 피해자 이찬호 병장 "해결된 것 없어…우리는 소모품 아냐"

2018-10-2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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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활 치료 중…향후 기부 프로젝트와 화상환자 사진전·봉사활동 예정"

[사진=이찬호 병장 페이스북]

지난해 8월 K-9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예비역 병장 이찬호씨가 25일 "현재 병원에 입원해서 재활치료 중이다. 수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자신의 근황을 알렸다.

이씨는 이날 KBS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지금은 화상 환자들끼리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제가 과연 현실에 놓여지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 수 있을지가 걱정이 많이 된다. 저는 아직 25세 밖에 안 됐고 결혼도 해야 되고 안정적인 직업도 가져야 되는데 막막하다"고 밝혔다.

이씨는 "진상 규명도, 누구의 책임도, 누구의 처벌도, 어떠한 보상도 아직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며 "이 시대의 미래를 짊어질 꿈 많은 청춘들이 나라를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의무를 다하고 있다. 저희는 소모품이 아니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걸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9 자주포 폭발사고는 2017년 8월 18일 강원도 철원군 소재 사격장에서 훈련 중 기계결함으로 장약이 폭발하며 벌어졌다. 이 사고로 이 병장을 포함해 4명이 크게 다쳤고 동료 3명은 사망했다.

이씨는 "사실 생존자 중에서는 제가 제일 많이 다쳤고 겨우 목숨만 건질 수 있었던 것"이라며 "화상은 최고의 극한의 고통을 동반하고 치료과정 또한 길고 고되지 않느냐.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서 저는 절망감과 자살 생각으로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더 비참한 것은 움직일 수 조차 없어서 그냥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면서 자살할 수 조차 없었던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씨는 "아들을 나라에 맡긴 입장에서 부모님은 국가에서 해결할 줄 알았는데, 부모님과 형은 정보를 찾기 위해 발로 뛰고 조사를 하고 다녔어야 했다. 사고 직후에 바로 연락이 온 것도 아니고, 사고 몇 시간 후에 위급하다고 연락도 오고. 매뉴얼이 미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저는 치료비 문제로 군대(전역)를 연기했지만 연기 신청도 6개월 밖에 안 된다"면서 "나라에서는 이중배상금지법 때문에 전혀 보상금을 받을 수가 없다. K-9 자주포 제조업체인 한화에서는 기계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서 저에게 아무런 보상금을 준 게 없다"고 분개했다.

이씨는 "개선된 게 전역 후 6개월밖에 (치료비)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외부병원은 사비로 부담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치료비를 생각한다면 6개월 정도 (전역을) 미룰 수 있었지만 저는 이런 부당한 일을 사회에 알려야 된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제2의 피해자가, 제 2의 이찬호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치료비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일찍 전역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씨는 24일 SNS를 통해 "흉터는 상처를 극복했다는 얘기"라며 자신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씨는 "무엇을 의도하고 작정해서 올린 게 아니라 1년이 지난 사고인데 잊혀질 법도 한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지 몰랐다"며 "많은 분들이 응원과 관심을 주셨기에 힘을 낼 수가 있었다"고 화답했다.

이씨는 "자연스럽게 받은 사랑을 베풀고자 기부와 복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현재 몸이 좋지 않은 관계로 발로 뛸 수는 없어서 기부 프로젝트라든지 화상 환자 분들의 사진전을 기획 중에 있다. 그리고 건강을 찾으면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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