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첫 공식 일정에 나섰다. 총수일가의 갑질 횡포와 횡령 등 의혹으로 대한항공의 경영 쇄신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은 가운데 관련 논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30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 한국 측 위원장으로 참석한 조 회장은 검찰 수사 결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좋은 날에 그런 질문을 굳이”란 짤막한 답변만 남긴 채 급하게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앞서 일각에선 조 회장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 등에 휘말리며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직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가 불구속 기소에 그치면서 조 회장은 17일 저녁 양국 위원회 주요 위원들과 함께 환영 만찬을 하는 등 제30차 한미재계회의를 예정대로 소화하게 됐다.
이날 조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한미재계회의는 그동안 양국 경제 현안에 대해 국가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강화하는 데 핵심을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면서 “2000년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 동맹의 기틀을 마련했을 뿐 아니라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추진해 성사시키기도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초 유엔총회에선 양국 정상이 무역관계 설정과 함께 상호 비즈니스를 위한 한미 FTA 개정에 서명했다”며 “조만간 FTA 2.0이 발효되면 (이 관계는)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조 회장은 “남북이 벌써 3차 정상회담을 했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가시적 조치를 내놓는다면 양국 기업엔 좋은 비즈니스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미재계회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미국상공회의소가 양국 경제협력과 유대 강화를 목적으로 1988년 설립한 민간경제협의체로 이날 행사에는 조 회장을 비롯해 문희상 국회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데이비드 코다니 시그나 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양측 참석자들은 △한미 통상 현안 해소 방안 △비핵화 진전 여부에 따른 경제적 기회 가능성 점검 △혁신성장을 위한 양국 경제계 간 협력과제 등을 긴밀히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