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순방 일정의 두 번째 방문지인 이탈리아를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주세페 이탈리아 콘테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과 햔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 정상은 이날 이탈리아 총리궁에서 열린 회담에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중견국으로서 한국과 이탈리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더욱 협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한반도 정세 및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구축 노력 등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에서 진행 중인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프로세스를 이탈리아가 적극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의 실천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어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및 발사대 폐기를 약속했고 미국의 상응조치 시 국제적 감시 속에 대표적 핵 생산시설 폐기를 공언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것이 폐기되면 비핵화는 상당 부분 실질적 진전을 이루는 만큼 북한이 비핵화를 계속하도록 국제사회의 격려 및 유인조치가 필요한데 이탈리아와 EU(유럽연합)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콘테 총리는 "문 대통령이 진행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매우 중요하고 역사의 한장을 쓰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탈리아 정부는 지속적으로, 완전하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겠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차관급 전략대화와 산업에너지 협력 회의를 신설함으로써 이를 견인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국방협력협정과 항공 협정도 체결하는 등 제도 기반까지 마련해 양국 협력이 모든 분야에서 활성화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콘테 총리에게도 EU의 철강제품 세이프가드 조치 대상에서 한국산 품목은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EU로 수출되는 철강제품은 대부분 자동차·가전 등 EU 내 한국기업이 투자한 공장에 공급돼 이탈리아 현지 생산 증대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콘테 총리는 "이탈리아와 한국은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에 대한 공동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에서 양국이 이러한 공동의 가치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 농축산물 수출 등에 문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다.
양 정상은 문화·교육·관광 분야에서 양국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는 점에 공감하고, 특히 한국의 전통 한지가 이탈리아 지류(紙類) 문화재 복원재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로사노 복음서와 시칠리아 카타니아대학 학위집 등 8건의 문화재 복원에 한지가 사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