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남북 고위급회담의 풀 취재단(공동 취재단)으로 예정돼 있던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출신 기자가 북한이 아닌 우리 정부의 자체적 판단에 의해 취재 거부를 당했다.
통일부의 이 같은 조치에 많은 의문점이 남는다. 판문점 북측 지역이 아닌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진행되는 남북 회담에 통일부가 선제적으로 특정 기자를 배제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판문점으로 향하기 불과 한 시간 전, 통일부는 출입 기자단을 대표해 풀 취재단으로 참여할 예정이던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의 취재를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풀 취재단으로 구성된 기자 4명 가운데 3명만이 예정대로 남북 고위급회담 취재에 동행했다. 이들 3명은 모두 일반 한국 국적자들이다.
통일부는 특정 기자의 취재 배제와 관련해 "(북측이 이의나 항의를 제기한 바는) 없었다"며 "판문점이라는 상황, 남북 고위급회담의 여러 상황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해당 기자에 대한 취재 배제 조치는 북측의 요구나 항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자체적인 결정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회담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자나 언론사에 대한 취재를 제한한 전례는 없다. 이는 언론에 대한 탄압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통일부가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기자를 열외 조치시킨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도 간주된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 문제를 해당 언론사의 비협조 탓으로 돌리며 실질적인 배제 배경과 결정 이유 등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있다.
통일부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이 있는 상황에서 (해당 언론사의) 협조를 구했고, 결과적으로 이날 아침까지도 협조가 잘 안돼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판문점 출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한 것"이라며, 배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책임은 제가 지겠다"는 말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탈북민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야 할 주무부처인 통일부가 권리 보호는커녕 차별을 조장한 상황은 더욱 큰 우려를 낳는다.
명단에서 배제된 기자는 "탈북민이 한국 국민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2등국민 취급 받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나아가는 남북 관계에서 북한을 이해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탈북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의 권리 보장이 선행될 때 비로소 탈이 나지 않는 '평화 통일'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다.